“평양에 택시가 지난해보다 2배 늘었고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었다. 사람들은 배구·농구 등 운동 경기에 흠뻑 빠져 있었다. 슈퍼마켓에서는 중국산 칭다오 맥주도 팔고 있었다.”
29일 연세대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세계북한학학술대회에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근 북한의 변화상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북한의 오늘과 내일’이란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는 와다 교수를 비롯해 권위 있는 북한 전문가들이 최근의 변화상과 전망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와다 교수는 “북한은 군부국가 시기는 벗어났고 김정은 체제 이후 권력의 중심이 군에서 당으로 이동했다”며 “집단지도체제가 자리잡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노래 행사나 체육행사 등을 통해 나라를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 나가려고 하고 있다”며 “혁명정신이나 항일게릴라 라이프스타일을 고취하기보다는 새로운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요즘 세대의 욕구를 채워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신문이 이전과 달리 김정은을 신격화하려는 움직임도 자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도 “북한의 시장화가 가속되면서 주민을 통제·관리하는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최완규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핵으로만 접근하면 모든 남북문제가 ‘핵랙홀(핵+블랙홀)’에 빠져버린다”면서 북한사회의 변화에 주목할 것을 촉구했다.
자오후지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북·중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중국의 대북정책 주무기관이 당에서 외교부로 넘어갔다”며 “양국이 이제는 당 대 당이 아니라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숙 하와이대 명예교수는 “김정은이 갑자기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평탄하게 정치를 하고 있는지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평양에 택시급증, 휴대전화 사용 늘어”… 세계북한학학술대회
입력 2014-10-30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