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특례법 시행 한달, 나영이 아버지의 호소… “주변사람 시선이 두려워요”

입력 2014-10-30 03:37
“이제 6년 뒤면 조두순이 출소합니다. 아이가 많이 두려워하고 있어요.”

2008년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가명·여·당시 8세) 아버지가 29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나영이의 근황을 전하며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아이는 이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로 기억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나영이에게 가해질 ‘2차 피해’를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선 달라진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피해자 입장에서,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며 “관계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사건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힘들다. 모든 피해자가 사건을 잊을 수 있도록 심지어 동사무소까지도 배려해주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아버지로서 사회적 인식을 바꿔보며 나름대로 뛰어다녔지만 변화 없는 현실이 애통하다”고 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하늘소풍’ 회원, 도가니대책위원회 등도 나와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아동학대 범죄 처벌 특례법’이 정착되려면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예산 확보가 급선무라고 현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명숙 변호사는 “특례법 시행 후 아동학대 신고가 늘었지만 이를 감당할 예산은 연말까지 한 푼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례법은 의붓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특례법 시행 이후 한 달간 전국에서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361건으로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