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추가 시신 수습] 진도체육관·팽목항은… 한가닥 희망 품은 채 겨울 외투 준비도

입력 2014-10-30 03:06
세월호 실종자 가운데 황지현양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은 짙은 절망을 잠시 뒤로하고 슬픈 희망을 찾았다. 혹시 내 아들딸일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서둘러 차량에 오르는가 하면, 자녀를 위해 노란 꽃다발을 들고 팽목항으로 향하는 실종자 어머니도 있었다.

자원봉사자 하모(56)씨는 “그동안 수색에 아무런 진척이 없어 이곳 전체가 침울했던 상태였는데 추가 발견 소식에 가족들이 약간이나마 기운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 남현철·박영인군이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단원고 양승진·고창석 교사도 돌아오지 못했고, 일반인 승객 권재근씨 부자와 이영숙씨까지 포함해 아직 9명이 남아 있다.

배의철 변호사는 “4층과 3층 등 실종자들이 있을 만한 곳을 대부분 특정하고 있으나 4층 중앙복도가 격벽 붕괴현상을 보이고 있고, 3층 선미쪽 방에 이영숙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역시 격벽 붕괴현상으로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황지현양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이날 오전 4층 중앙 여자화장실에 진입할 때도 25분이나 걸렸다”며 “잠수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7개월 가까운 객지 생활과 기다림에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이들은 언제일지 모를 자녀와의 만남을 포기하지 않고 수색상황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일부 가족들은 실종된 아들, 딸의 사진과 초상화 여러 점을 침낭 주변에 두고 있다. 겨울까지 수색이 진행될 것에 대비한 듯 두터운 겨울 외투와 침낭을 준비한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자원봉사자 하씨는 “매일 오전 6∼7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자녀의 사진만 바라보고 어루만지는 게 이들의 일상이 됐다”며 “팽목항에 나가 봐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울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팽목항의 분위기는 평온했다. 조도와 관매도 등 인근 도서지역행 배를 타는 주민과 관광객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주민 김모(63·여)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진도 전체가 초상집이 됐다”며 “실종자 가족들을 바라보며 울다 보니 주민들 전체가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진도=김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