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2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가진 회동은 간간이 웃음이 터져 나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와 함께한 환담에서도 박 대통령은 특유의 농담을 던지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야당 대표단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지자 미묘한 신경전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로 야당 지도부가 많이 발언하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듣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 “정치에 유머가 필요하다”=박 대통령이 국회의장실에서 20여분간 5부 요인과 여야 지도부와 가진 환담에서는 큰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비대해서 비대위원장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한 대목에서다. 박 대통령이 “두 번 (대표를) 맡으시는 것을 보니 당내에서 신뢰가 큰 것 같다”고 건넨 덕담에 문 위원장이 농담으로 화답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정치에 유머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야가 웃어가며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야당 유머는 언중유골이 있더라”면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생각하며 반응해야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靑·與·野 회동 초반…화기애애한 ‘탐색전’=회동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나고 10분가량 지난 오전 10시53분 시작됐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대화를 잘 풀어나가려는 듯 덕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초반엔 좌석 배치를 두고 농담이 오갔다. 원래 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 기준으로 오른쪽에, 야당 지도부는 왼쪽에 앉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입장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제안으로 여야가 자리를 바꿔 앉았다. 이른바 ‘상석(上席)’을 야당에 양보한 배려 차원이다. 김 대표는 “오늘은 여러분(야당 지도부)이 더 많은 얘기를 해야 하니까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박 대통령은 비교적 작은 원탁 테이블 크기를 놓고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라고 테이블을 줄인 것 같다. 조그마해서 오순도순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마음을 열고 좋은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 대통령은 주로 시정연설에서 방점을 찍은 경제 살리기와 관련 법안 처리의 조속한 통과를 거듭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시정연설문을) 대독하는 관행을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깨주시고 직접 시정연설을 해주셔서 고맙다. 잘하신 일”이라고 화답했다. 여야의 좌석 배치를 빗대 “오늘은 저쪽(여당)은 좌편이고, 이쪽(야당)은 우편”이라고도 했다. 경제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경제박사가 다 되셨나 하고 생각했다”고 덕담을 건넸다.
◇비공개 전환하자 신경전=이런 분위기는 취재진에게 공개된 모두발언 순서가 끝나갈 즈음부터 바뀌었다. 문 위원장이 “최노믹스라고 하는 최 부총리 식의 경기부양책은 우려된다”며 “경제체질도 개선해야 하고 서민이 웃고 편안해지는 것이 경제 활성화의 요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듣기 거북하더라도 (박 대통령 좌석의 오른쪽에 앉은) 우파(새정치연합) 쪽 얘기를 많이 들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문 위원장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곧바로 문 위원장은 “정말이에요”라고 김 대표에게 되물으며 의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는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껄끄러운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회동을 마친 뒤 여당 지도부 전원은 박 대통령의 차량 앞까지 배웅했다. 최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김태호 의원도 1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가 박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朴-여야 지도부 회동] 회동 분위기는… 朴·여당 쪽에선 주로 듣기만, 文 “비대해서 비대위원장 한 듯”
입력 2014-10-30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