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여야 지도부 회동] 하루 두번이나 만난 朴대통령-김무성, 앙금 털기 모드…

입력 2014-10-30 03:57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두 번 만났다. 대통령 시정연설 전에 국회의장 등 5부 요인과 함께 환담을 나눴고, 연설 직후엔 여야 지도부와 회동했다. 두 사람이 개헌과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를 놓고 충돌한 이후 처음 대면한 것이어서 앙금을 털어냈을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분위기는 좋았다. 사전 환담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여야 정치인들이 유머를 해가면서, 웃으면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김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가 웃지를 않습니다”라고 농담을 건네자 김 대표가 크게 웃었다고 한다.

여야 지도부 회동에선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화해 분위기를 유도했다. “거, 김무성 대표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하도 개헌하자고 하니까 김 대표가 그냥 이야기한 것뿐이에요”라는 문 위원장의 발언에 박 대통령이 입을 가리고 파안대소(破顔大笑)했다. 김 대표는 회동을 마치고 박 대통령을 국회 본관 입구까지 배웅하며 담소를 나눴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강한 주장도 많이 나왔고 (대통령이) 이해하는 부분도 많았다”면서 “이야기는 아주 잘됐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원만하게 흘러가는 듯했던 당청 관계는 지난 16일 김 대표의 중국 상하이발 ‘개헌 봇물’ 발언 이후 삐걱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발언 다음날 당 회의에 참석해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지만 청와대는 나흘 만에 극히 이례적으로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놓고도 박 대통령은 연내 처리를 압박하고, 김 대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반발하는 등 이견이 노출됐다. 이후 김 대표는 개헌에 대해선 아예 입을 닫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는 등 청와대와 보조를 맞췄다.

김 대표 측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회동으로 둘 사이에 어색했던 관계가 조금 누그러지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