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현아! 네 생일인데 왜 안와…” 엄마는 꽃들고 팽목항 향했다

입력 2014-10-30 02:11
세월호 참사 197일째인 29일 전남 진도군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서 실종자 황지현양의 18번째 생일을 맞아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의 생일 축하를 하고 있다. 황양의 부모는 생일케이크에 초를 켜고 돌아오지 않는 딸의 생일을 챙겨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200일을 사흘 앞둔 29일 오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은 슬픔이 짙게 깔린 분위기 속에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지난 7월 18일 조리사 이모(56·여)씨 시신 수습 이후 102일 만인 전날 추가 시신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혹시나 실종자 신원을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 서둘러 차량에 오르는가 하면, 자녀를 위해 노란 꽃다발을 들고 팽목항으로 향하는 실종자 어머니도 있었다.

이날은 추가 발견된 실종자로 추정되는 단원고 2학년 황지현(18)양의 생일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버지 황인열(51)씨와 어머니 심명섭(49)씨는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케이크와 미역국, 과자 등으로 생일상을 차렸다. 자원봉사자 하모(56)씨는 “그동안 수색에 아무런 진척이 없어 이곳 전체가 침울했던 상태였다”며 “추가 발견 소식에 가족들이 약간이나마 기운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관·군 합동 구조팀은 29일 새벽 4시쯤 세월호 4층 중앙 여자화장실에 재차 진입해 시신을 확인했으나 유속이 빨라져 수습하지 못했다. 이어 오후 6시쯤 재차 진입을 시도했다.

구조팀 관계자는 “선체에 진입한 잠수요원이 시신의 머리카락을 느꼈으며 스타킹을 착용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여성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신은 부패가 심하고 거대하게 부풀어 있어 백골화 진행 전 상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시신이 발견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가 구명조끼의 부력으로 천장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십여 차례 수색했던 곳에서 추가 시신이 발견되자 정부의 부실 수색을 질타하면서도 나머지 실종자들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이미 수색을 한 곳에서 시신이 발견된 원인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배 변호사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여한이 없도록 독려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실종자 추가 발견 소식이 들려왔다”면서 “이 장관과 잠수사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4층 중앙 여자화장실은 지속적인 수색이 필요한 실종자 존재 추정구역으로 정확히 지목했던 곳인데 현장지휘본부는 이곳을 13회 수색하고 ‘수색 완료’를 선언했었다”며 부실 수색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신이 추가 발견된 곳은 수색구조 TF 영상팀이 영상판독불가 판정을 내린 곳이다.

앞서 103일 전 발견된 이묘희(51·여)씨는 26회 수색 후 완료했던 3층 주방에서 발견됐다. 이곳 역시 실종자 가족들이 실종자 존재 예상구역으로 지목했었다. 단원고 2학년 윤민지(17)양도 23회 수색 끝에 가족들이 지목했던 중앙통로에서 발견됐다. 배 변호사는 “현재의 수색방식에 새로운 접근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원인 분석을 토대로 범대본의 11월 수색방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함께 주도면밀한 선내 전 구역 수색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진도체육관에 머무르고 있는 20여명의 실종자 가족은 추가 시신발견 소식에 술렁이면서도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이들은 7개월 가까운 객지 생활과 기다림에 지친 듯 말없이 수색상황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일부 가족은 실종된 아들, 딸의 사진과 초상화 여러 점을 침낭 주변에 두고 있었다. 겨울까지 수색이 진행될 것에 대비한 듯 두터운 겨울 외투와 침낭을 준비한 가족도 눈에 띄었다.

자원봉사자 하씨는 “매일 오전 6∼7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자녀의 사진만 바라보고 어루만지는 게 이들의 일상이 됐다”며 “팽목항에 나가 봐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울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팽목항의 분위기는 평온했다. 조도와 관매도 등 인근 도서지역행 배를 타는 주민과 관광객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주민 김모(63·여)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진도 전체가 초상집이 됐다”며 “실종자 가족들을 바라보며 울다보니 주민들 전체가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진도=김영균 조성은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