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에볼라 死地 가려하나… 국내 의료진 지원 봇물

입력 2014-10-30 03:40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의료원 대강당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을 상대로 에볼라 방호복 탈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경북지역 종합병원에서 13년간 응급실 간호사로 일해온 김모(37·여)씨는 에볼라 발병국 파견 의료진 공모에 지원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인 김씨는 “수차례 재난 지역 봉사활동을 다녀봐서 의료진 한 명이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잘 안다”며 “현재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한 에볼라 환자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그게 내 소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미 지원서를 써 놓았다는 그는 반대하는 남편을 설득 중이다.

지원서를 써 놓고 ‘가족의 반대’ 때문에 고민하는 감염내과 전문의도 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혹시라도 환자가 나오면 치료하는 것은 감염병 전문의의 몫”이라며 “현장에서 어떻게 진료하고,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경험할 좋은 기회여서 서아프리카로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에 파견될 민간 의료진 모집 닷새 만에 자원자가 파견 인원의 4배를 넘어섰다. 2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4일부터 시작된 의료진 공모에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40여명이 신청했다. 공모 마감일은 다음달 7일이다.

미국인 의사 간호사 등이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되는 사례가 생기면서 우리나라 의료진을 서아프리카에 파견하는 데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공모가 ‘미달’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자원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의료진으로서 환자를 돕겠다는 소명의식, 투철한 봉사정신, 보건의료 전문가로서의 경험 축적 기대감 등이 자원 동기로 꼽힌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평소 의료봉사에 적극적인 의사들을 중심으로 파견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최근 의료진의 위험이 커지고 안전 우려가 깊어지면서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신현영 대변인은 “의사로서 아픈 사람을 치료하겠다는 사명감, 해외 의료봉사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진 의사 몇 명이 서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는 뜻을 협회에 밝혔는데 아직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모와 교육·훈련을 거쳐 감염내과 전문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감염질환 전문 간호사, 중환자 또는 응급환자 전문 간호사, 임상병리 종사자 등의 경력을 가진 보건의료 인력을 10명 남짓 뽑을 예정이다. 이들은 다음달 말 시에라리온 또는 라이베리아에 파견된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날 17개 국가지정격리병원장과 만나 에볼라 관련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국내에서 에볼라 환자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환자 이송 및 격리, 치료 대책과 의료진의 개인 보호장비 구비, 감염 예방교육 및 훈련 대책 등을 논의했다. 국가지정격리병원들은 다음달 안으로 에볼라 대응 모의훈련을 할 계획이다.

문수정 박세환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