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남북 고위급 접촉 끝내 무산… ‘삐라’에 삐친 북한의 트집

입력 2014-10-30 02:10
정부가 30일 제안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대북전단(삐라) 문제로 끝내 불발됐다.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는 북한과 ‘민간단체 일을 막을 수 없다’는 정부가 맞서면서 남북이 이달 초 합의한 ‘10월 말∼11월 초’ 고위급 접촉 개최가 아예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은 29일 “남측이 관계 개선의 전제, 대화의 전제인 분위기 마련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새벽 서해 군통신선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국방위원회 서기실 명의의 통지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정부가 전날 ‘30일 고위급 접촉 개최’와 관련해 29일까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한 데 대한 답변으로, 사실상 30일 접촉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더 나아가 통지문에서 “남측이 ‘법적 근거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삐라 살포를 방임하고 있다”며 “고위급 접촉을 개최하겠는지, 삐라 살포에 계속 매달리겠는지는 남측의 책임적 선택에 달려 있다”고 엄포를 놨다.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는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남북이 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나간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지만 북한의 부당한 요구까지 수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남북이 대북전단 문제로 한달 넘게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여전히 서로 강경한 입장이어서 2차 고위급 접촉이 완전히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이라 연내 고위급 접촉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현재 추가 대북 제안이나 전통문 발신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고위급 접촉이 개최되기 위해서는 (먼저) 북측으로부터 입장 표명이 있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위급 접촉이 무산보다는 연기에 무게를 두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거물들을 내려보내 합의한 사안을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11월 초까지 개최키로 한 만큼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의 접촉 패턴으로 볼 때 필요에 따라 다시 전격적으로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