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사는 A씨(76·여)는 식구가 아들(58)뿐이다. 평소 조용한 성격의 아들은 술만 마시면 돌변해 A씨를 폭행했다. “어머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폭언도 일삼았다. 폭행이 3년간 이어지면서 A씨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 치료까지 받았지만 자식이라는 이유로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5월 아들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맨발로 집에서 빠져나왔고 우연히 경찰에 발견돼 보호시설로 옮겨졌다.
A씨 경우와 같은 노인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관련 피의자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노인 학대방지 종합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노인학대 피의자 처벌이 강화된다. 노인학대 형량을 현행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고, 시설 종사자 및 학대 상습범에 대해서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최고 3000만원 벌금형에 처하기로 했다.
학대와 관련된 시설과 종사자 명단도 복지부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다. 지금까진 아동학대 가해자의 명단만 공개됐다. 장기요양시설의 평가지표 중 하나인 학대 지표의 점수 배점도 1점에서 5점으로 높아진다. 동시에 지역에서 학대 사례를 판정하는 ‘지역사례판정위원회’가 노인학대 수위가 심각하다고 판정하면 해당 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
노인학대의 신고의무자도 현행 의료인, 노인복지상담원 등 8개 직군에서 요양병원 종사자, 응급구조사 등 14개 직군으로 확대된다. 노인 주변의 사람들이 학대를 방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학대 의심사례 발생 시 현장 대응도 강화된다. 노인보호기관 상담원 등이 현장에 나갈 때 경찰이 동행하게 된다. 정부는 전국 6만3000여개 경로당을 ‘학대노인 지킴이센터’로 운영해 지역사회 중심의 예방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최대 4개월인 ‘피해노인 전용 쉼터’의 보호기간 이후에도 양로시설 등에 입소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노인학대 벌금, 1500만원 이하 → 3000만원 이하
입력 2014-10-30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