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남긴 마지막 문자메시지는 ‘누나, 나 죽을 것 같아. 기도해줘’였습니다. 분명 하나님께서 그 자리에 함께 계셨을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아이들이 죽은 게 하나님 뜻이라고 합니다. 끝없는 탐욕 때문에 300명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이들과 하나님이 과연 함께 하셨겠습니까.”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성문밖교회. 기독여민회(회장 조보성)가 개최한 ‘제17차 종교개혁제’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최순화씨가 아들 고 이창현군을 떠나보낸 비통한 심경을 밝히자 참석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월호 그 이후, 생명과 돌봄 그리고 치유’란 주제로 열린 종교개혁제에 참석한 40여명은 숙연한 표정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최씨가 전한 ‘유가족 이야기’로 문을 연 종교개혁제는 ‘세월호 토론회’로 이어졌다. 구미정 숭실대 외래교수는 ‘우리 시대의 뜨거운 돌, 세월호’란 제목의 발표에서 기성세대의 물질만능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구 교수는 “돈벌이만 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정서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며 “세월호 참사는 이러한 잘못된 생각과 사회구조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목사의 세월호 유가족 이야기’란 주제로 발표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전북노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이윤상 목사는 “세월호 참사에서 교회가 받은 가장 큰 질문은 ‘하나님은 어디 계십니까’였다”며 “이제 교회는 물질적 풍요를 주는 수호신을 버리고 고통당하는 이들과 함께하며 그 영혼을 맞을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영의 눈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더 이상 하나님의 공동체로 존재할 수 없다”며 “유가족의 고통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자”고 당부했다.
종교개혁제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시와 노래 등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조보성 회장은 “세월호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가 많은 이들에게 종교개혁의 참 의미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무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기독여민회 제17차 종교개혁제 “세월호 유가족 위해 기도”
입력 2014-10-30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