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이 창조한 캐릭터 셜록홈즈는 그간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창작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이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고 작품은 그해 뮤지컬 관련 시상식에서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등 11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작가가 엠마 왓슨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은정(41)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배우가 집필한 뮤지컬이기 때문일까. 작품은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돋보이는 대사와 구성으로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은정은 “창작 뮤지컬이 촌스럽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 작가에 도전하게 됐다”며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이번에 다시 무대를 꾸리게 됐고 지난해엔 일본에 수출돼 전석 매진되는 모습도 봤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 ‘셜록홈즈’는 첫 작품이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창작품을 만들자는 목표로 작가를 찾던 노우성(41) 연출이 대학 친구였던 김은정과 의기투합해 공동 집필하면서 ‘셜록홈즈’가 시작됐다. 지난 3월 속편격인 ‘셜록홈즈: 블러디 게임’이 막을 올리며 세계 최초 시즌제 뮤지컬이라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시즌 2는 김은정 혼자 썼다.
작품의 큰 매력요소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 있는 에피소드가 꼽힌다. 김은정은 “코난 도일의 작품을 계속 반복해 읽으면서 내용에 빠져들었다”며 “평소 스릴러와 공포 영화를 절대 보지 않았었는데 작품을 쓰면서 여러 편 참고했고 이 때문에 악몽을 꾼 날이 많았다. 사전 준비기간까지 총 1년 정도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 한 줄에 연연하기보다 빛나는 작품을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임한다”며 “이 때문에 배우들이 대사를 바꿔달라고 하면 쉽게 수정해주고 제작비 상황에 맞춰 장면을 구성한다”며 웃었다.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포스터)은 다음달 13일부터 내년 2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송용진(38), 김도현(37), 안재모(35)가 홈즈를, 김은정과 박혜나(32)가 왓슨을 연기한다. 가수 테이(본명 김호경·31)와 이주광(32), 이충주(29)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스물다섯 때 예술의 전당 잔디밭에 앉아서 ‘창작뮤지컬을 만들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야겠다’는 꿈을 시작했어요. 뮤지컬 ‘셜록홈즈’는 그 과정 안에 있는 작품이에요.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꿈은 여전히 명배우가 되는 겁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인터뷰] 그녀 빠진 무대 왓슨 없는 셜록… ‘대본 쓰는 배우’ 김은정
입력 2014-10-30 03:39 수정 2014-10-30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