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여야 지도부 회동] 10년 넘은 인연 朴대통령-문희상, 과한 덕담까지…

입력 2014-10-30 02:36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덕담을 건네며 ‘인간적인 신뢰’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문 위원장은 회동 전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취임 첫 해에 이어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국회를 찾아와 시정연설을 하는 데 대해 “시정연설을 정례화한 것이다. 잘했다 칭찬하고 싶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대통령이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특히 문 위원장은 비공개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둘 중에서 하나만 성공해도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여야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입장 차이를 보여온 점을 감안하면 당내에서 “좀 과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 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덕담’의 취지를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두 개혁이) 중요한 문제이고, 시한에 쫓겨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 표현된 것은 문 위원장이 강조한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회동에서는 주로 문 위원장이 발언을 했는데 박 대통령은 중간 중간 웃으면서 대꾸를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위원장은 평소 “박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신뢰는 여전하다”는 말을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자주 해 왔다. 박근혜정부의 실정이나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비판하면서도 ‘선’을 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16대 국회에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활동을 함께 했고, 2005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한나라당 대표로 만난 첫 회동에서 “민생·경제 살리기에 함께하자”며 새끼손가락을 거는 장면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초 ‘문희상 비대위 1기’에서도 공식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