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먹으면 살찜” “高 콜레스테롤”… 네티즌 환호 받은 솔직한 초콜릿

입력 2014-10-30 02:38
미국의 사탕가게 잇슈가의 이색 초콜릿. 각각의 포장지에는 부정적인 문구들이 새겨져 호기심을 자극한다. 레딧(www.reddit.com) 홈페이지 캡처

[친절한 쿡기자] ‘100% 글루텐입니다.’ ‘먹으면 살쪄요!’ ‘콜레스테롤 함유 높음.’ ‘유기농 아님.’ ‘항산화는 무슨….’

음식에 이런 문구가 들어있다면 어떨까요? 흔히 볼 수 있는 유기농, 항산화식품, 저콜레스테롤 대신 미국의 사탕 가게 잇슈가(It’sugar)는 초콜릿에 이런 경고 문구를 새겼습니다. 초콜릿 포장지에 ‘먹으면 살찐다’라고 명시하다니. 좋은 문구로 선전하지 못할망정 부작용을 이처럼 당당하게 써놓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팔리기는 할까요.

그런데 이 초콜릿은 엄청난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 과자에는 ‘유기농’ ‘맞춤 영양설계’ ‘안심할 수 있는 아이 간식’ 같은 문구들이 어김없이 박혀 있죠. 여기에 느끼는 염증을 포착한 겁니다. 잇슈가 초콜릿은 더 이상 허울 좋은 문구에 속지 않겠다는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았습니다.

“초콜릿과 사탕은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이 썩는 건 똑같다” “간식 먹으면 살찐다는 당연한 사실을 명시해주니 오히려 마음에 든다” “요즘 유기농이나 항산화 같은 문구가 붙은 간식을 보면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대기업의 상술이 느껴진다”는 댓글이 이런 생각을 대변합니다.

‘좋은 식품 권하는 사회’에 대한 피로감도 한몫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한 글루텐 프리 열풍은 우리나라에도 상륙했습니다. 글루텐은 보리나 밀에 들어있는 불용성 단백질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글루텐 때문에 생기는 셀리악병이 문제가 됐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릅니다. 한국의 셀리악병 발병사례는 단 1건입니다. 그 1명의 환자도 2개월간 치료를 받고 정상으로 돌아왔죠. 유전적으로 서양인과 동양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를 무시한 채 “글루텐을 뺀 식품이 더 건강하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합니다. 글루텐이 들어가든 빠지든 우리에게는 별 차이가 없는데도 글루텐 프리 식품은 더 비쌉니다. 이쯤 되면 진짜 건강한 식품이 무엇인지, 우리는 매일 그럴듯한 문구에 속고 사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잇슈가 초콜릿 사진에 한 네티즌은 “밥 한 끼 먹는데도 피로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정면으로 비웃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늘 유기농인가 아닌가, 항산화 식품인가 아닌가, 다이어트 식품인가 살찌는 식품인가를 일일이 따지며 필요 없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죠.

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살찌는 건 당연합니다. 유기농이 아니라고요? 아니면 좀 어떻습니까. 혹시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며 사는 건 아닌가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