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본청 정문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그냥 지나쳤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오전 9시40분쯤 박 대통령이 나타나자 ‘안전한 대한민국’ 등이 쓰인 피켓을 흔들며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유가족들은 전날부터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등 밤새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본청 정문으로 들어갔다. 경찰 수십명이 유가족들을 에워쌌고 청와대 경호원이 대통령 동선에 다수 배치돼 접근이 차단됐다.
박 대통령은 오전 11시50분쯤 시정연설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마친 뒤 돌아갈 때도 유가족을 한 번 쳐다봤을 뿐 말을 걸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유가족들은 “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느냐”며 오열하고 망연자실해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시정연설 후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오다가 혹시 세월호 유가족들을 보시지 않았느냐”고 언급한 뒤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주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국회 본청 정문 앞에서 밤새 기다렸는데… 세월호 유가족 그냥 지나친 朴 대통령
입력 2014-10-30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