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전세대란’을 넘어서 ‘전세난민’ ‘렌트푸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전세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시작되는 내년에는 전세난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탓이 가장 크다. 부동산 띄우기를 통해 경기 회복을 꾀하겠다는데 매몰돼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 등 거래 활성화를 바탕으로 집값을 올려 소비를 늘리겠다는 ‘부(富)의 효과’를 노렸으나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전셋값 폭등이라는 후폭풍만 초래했다. 매매가 늘면 전세 수요가 감소해 전셋값도 안정될 것이란 거래 중심의 정책 목표는 실패했다. 여기에 최근 두 번의 금리 인하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집 주인들은 전세 물량을 은행 금리의 2∼3배를 받을 수 있는 월세로 빠르게 전환했고 이는 전세 품귀와 전셋값 앙등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심각한 것은 최경환 경제팀의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전세 문제가 서민들의 숨통을 죄고 있는데도 뚱딴지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감 답변에서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을 감안하면 세입자의 부담이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부작용을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거래 활성화를 통해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국민들의 주거복지를 책임지는 장관의 현실인식이 맞는지 귀를 의심할 정도다. 최 경제부총리 역시 지난 27일 국감에서 전셋값 폭등에 대해 “아주 저소득층은 복지 측면에서 접근하고 나머지는 전세든 월세든 시장의 균형, 수요공급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가야 한다”며 “(정부가) 개입을 많이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빚내서 집사기’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금리를 인하하면 전셋값이 오르는데 대책이 같이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전세 문제를 해결하는 근원적인 대책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걸린다.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된다. 월세 세입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전·월세 전환율 상한제 등 찬반이 맞서는 정책이라도 우선 도입해야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경제 살리기의 수단이 아니라 서민 주거복지의 관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사설] 꼼꼼한 전세대책 시급하다
입력 2014-10-30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