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주대준 (19) “당신이 미래의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입니다”

입력 2014-10-30 02:32
2011년 2월 25일 당시 KAIST 부총장이었던 주대준 교수가 대전 캠퍼스에서 열린 ‘KAIST S+ 컨버전스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고 꿈꾸지도 않았던 KAIST 교수 부임은 내 삶을 이끄신 하나님의 세밀한 계획의 한 과정이었다. 교수 부임 7개월 만에 부총장에 임명된 것도 KAIST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년 동안의 청와대 경호실 생활도 마치 이때를 위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듯했다.

부총장 임기 2년을 초과해 3년 가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KAIST 개교 이후 최악의 상황에서 유례없이 학교를 발전시켰고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남기며 부총장을 내려놓을 수 있던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은혜의 결과임을 고백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 인간적 방법보다 하나님께 지혜를 간구했고, 위기가 바로 기회임을 부총장 재임 기간 중 몸소 체험하게 하셨다.

나는 마치 사탄 마귀를 일망타진한다는 각오로 해커의 침투를 막으려고 사이버보안 분야를 연구했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사이버안보 강국 대한민국’을 꿈꾸게 하셨다. 청와대에서 일하던 40대 시절 무려 10년 동안 사이버보안 분야 박사과정 공부를 시키셨다. 또 20년 이상 국내외 신기술을 연구하며 오늘날 이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다.

2년 전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연구원들과 함께 악성코드 분석 툴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했다. 국가 주요 기관 및 산업체의 웹 사이트 약 50만개를 실시간으로 점검해 악성코드(해킹 유포 프로그램)를 사전에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매주 해킹정보 주요 동향보고서를 작성해 정부와 공공기관 등 수백 곳에 배포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대한민국 사이버안보 강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꿈과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연구원들은 ‘우리가 대한민국 사이버안보를 수호한다’는 사명감으로 밤낮없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며 해킹 예방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나는 정보보호대학원 석·박사 학생들에게 수업 시작 전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는 여러분이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에 버금가는 대박을 터뜨리는 21세기의 주인공이 돼라”며 꿈을 심어 주고 있다. 35년 전 고려대 김동기 교수의 강의를 듣고 품었던 그 꿈이 바로 오늘, 나의 현실임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또 어렵고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고난과 역경의 강을 건너면 반드시 꿈을 성취할 수 있음을 나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지독한 가난과 고난,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하나님을 바라보고 품은 믿음과 꿈이었다.

내가 KAIST 교수로 부임하고 했던 중요한 또 하나의 일은 ‘KAIST S+ 컨버전스 최고경영자 과정’을 개설한 것이다. 현재 9기 교육생까지 500여명의 국내 정상급 CEO 및 고위 공무원이 이 과정을 수료했다. 청와대에서 고위 공직자로 근무하던 나는 주요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AMP)을 6곳에서 수료했다. 바쁜 와중에도 갈급한 마음으로 수업에 참석했는데, 최고 관리자에게 필요한 최신 지식과 정보 제공이 미흡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때 ‘언젠가 기회가 오면 대한민국 AMP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명품 AMP 과정을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다.

이제 그 꿈도 현실이 됐다.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은 바쁜 와중에도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KAIST 도곡동 캠퍼스를 찾는다. 출석률은 90%가 넘는다. 최고 관리자에게 필수적인 최신 정보와 트렌드를 습득하며 예측불허의 이 시대에 경쟁력을 쌓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이들은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 동력을 선도하는 창조경제의 주역들이다. 이들의 집념과 열정, 창조적 아이디어를 보며 오히려 내가 더 배우고 있다.

정리=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