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병세와 수술 등 건강 상태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또 ‘장성택 잔재 청산’을 목적으로 한 공개처형 등 최근까지 이어진 공포정치, 그에 대한 반발 조짐 등 북한 동향도 구체적으로 보고했다.
◇‘김정은 고질병’ 재발 가능성 높아=국정원은 김 제1비서의 증세는 ‘고질병’으로,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특히 고도비만에도 불구하고 건재 과시 차원에서 대외 활동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도 알려졌다. 지나친 흡연도 그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김 제1비서가 짚고 다닌 지팡이는 의료용 보조기구인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
이번 국정원 보고에선 김 제1비서의 신병 치료를 위해 북한 의사들이 직접 유럽으로 가서 선진 의술을 공부하는 사실도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김 제1비서의 병세와 관련해 관련 사진을 제시했다”며 상당히 신뢰성 있는 정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제1비서가 공개활동 중단 40일 만인 지난 14일 평양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현지 지도한 조선중앙통신 사진은 가짜가 아니지만 실제 현지 시찰 일시는 하루 앞선 13일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이 사진의 진위 논란에 대해 “확실한 사실”이라고 보고했다.
◇장성택 계보 2단계 숙청작업, 불만세력도 증가=국정원은 김 제1비서가 장성택 잔재 청산을 강력히 추진 중이라고 보고했다. 공개 처형도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간부층에 대한 옥죄기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요덕수용소에 수용 중인 정치범 상당수가 함북 길주로 이송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이 높아진 것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정치범 수용소 수용 인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또한 노동당 고위층에선 최근 김정은 체제에 대한 반발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예컨대 김 제1비서에 대한 충성·찬양 노래 가사를 개사해 부르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우리 거야’를 ‘사회주의는 너희(김정은 정권) 거야’로 바꾸거나 ‘우리 당이 고마워’는 ‘너희 당이 고마워’로 개사하는 식이다.
국정원이 최근 총살 처형됐다고 보고한 북측 10여명은 노동당의 과장급 중간간부들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구체적인 이름은 파악이 안 되지만 과장급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1월에는 박춘홍, 양청송 노동당 부부장이 처형 또는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21세기 문익점’이라고 극찬을 받았던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를 비롯해 이병삼 인민보안부 정치국장, 노성실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장 등이 숙청된 것으로 파악됐다.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북한 근로자들=북한에서 외국으로 파견된 근로자들의 인권 상황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동, 북아프리카, 러시아 등 외국에서 북한의 건설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지만 임금의 70∼90%가 노동당으로 귀속된다. 국정원은 현재 세계 전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 숫자를 지난 2010년보다 2배로 늘어난 5만명가량으로 파악했다. 이 의원은 “이들은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 원장 “정치중립 지키겠다”=이병기 국정원장은 국감에서 정치 중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법명령심사청구센터’를 신설해 국정원 명령의 위법 여부를 심사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정치 관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정원 직원들은 이 원장 취임 이후 ‘정치중립서약’을 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또 장차관에 대한 직무 평가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하고 있다고 사실을 시인했다. 사이버 대응 강화와 관련해서는 대북 사이버 활동만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댓글 사건’과 관련해 직원을 처벌한 사례가 없고 감찰계획 역시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직원은 대기발령을 받은 것으로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경찰 채증 포상금을 내년부터 경찰청 예산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현재 170만명으로 보고했다. 국내 주재 외국 언론사 특파원은 230명, 외국 정보기관 요원은 100여명으로 파악 중이라고 보고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김정은 ‘고질병’ 앓아… 재발 가능성 높다
입력 2014-10-29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