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넥타이를 맨 신해철은 당당했다. 가족 덕에 새 삶을 살게 됐다고 말해온 신해철이 2007년 아내를 위해 만들었다는 ‘더 송즈 포 더 원’ 앨범의 재킷 사진이다. 이 사진은 그의 영정사진이 됐다.
28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마왕 신해철’을 추억하는 이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신해철은 전날 오후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빈소에 들어선 순간 팬도, 동료 가수들도 모두 울었다.
영정사진 앞에는 30여장의 앨범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옆에 놓인 스피커에선 신해철의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사진작가 김중만의 풍경 사진도 빈소 한켠에 자리했다.
검은 양복을 입고 빈소를 찾은 조용필은 영정 앞에서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용필은 “슬프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뮤지션을 잃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수 배철수 이승철 김현철, 방송인 김제동 등도 명복을 빌었다.
유가족 측은 팬들의 조문도 허용했다. 팬들은 연예인들과 함께 줄을 서서 빈소에 들어가 추모했다. 한 팬은 “믿기지 않는다”면서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회사도 휴가 내고 왔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서태지는 자신의 홈페이지 ‘서태지닷컴’에 “그는 음악인으로서 저에게 커다란 산과 같은 존재였다”고 추도문을 올렸다. 이어 “순수한 영혼과 진실된 의지로 우리를 일깨워준 진짜 음악인이었다”면서 “많은 분이 신해철이라는 커다란 이름을, 우리의 젊은 날에 많은 추억과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해준 그 멋진 이름을 기억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서태지는 신해철과 육촌 관계다.
빈소에 가지 못한 팬들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그를 기렸다. 신해철이 생전에 자신의 노래 가운데 뜨지 못해 아쉬운 곡으로 꼽은 ‘민물장어의 꿈’을 다시 한번 들었다.
단박에 ‘민물장어의 꿈’은 주요 음원 차트 1위에 올랐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수위를 기록했다. 신해철이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곡은 내가 죽으면 뜰 것이다.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주요 음원 사이트는 신해철을 추억하는 이들이 그의 노래를 검색할 수 있도록 메인 화면에 소개하기도 했다. 팬들은 “그 전엔 몰랐는데 노래마다 슬픔이 묻어난다” “예고 없는 이별이라 더 슬픈 아침” “젊은 날 슬프고 외로울 때 위로가 되어준 노래들 감사하다” 등의 글을 띄웠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5일간 치러진다. 발인은 31일 오전 9시로 예정됐으며 유해는 서초구 양재대로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다. 장지는 미정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마왕’ 신해철 죽음, 음원 차트도 애도
입력 2014-10-29 03:51 수정 2014-10-29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