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이 희망으로… 세월호 인양 논의 ‘스톱’

입력 2014-10-29 03:11

세월호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지난 7월 18일 조리사 이모(56·여)씨의 시신 수습 이후 102일 만이다. 이에 따라 최근 공론화된 세월호 선체 인양 논의는 당분간 수그러들 전망이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28일 오후 5시25분쯤 세월호 4층 중앙 여자화장실 주변에서 잠수요원 1명이 시신 1구를 발견했으며 29일 오전 시신을 수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견된 시신은 훼손이 심해 성별이나 옷차림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여자 화장실 주변에서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여성일 것으로 구조팀은 보고 있다. 구조팀은 발견된 시신이 단원고 2학년 황모(17)양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황양의 가족들은 생존 학생들의 증언 등을 근거로 황양이 4층 중앙 여자화장실에 있을 것으로 추측해 왔다.

시신 발견 장소는 그동안 선체 붕괴로 천장이 바닥까지 내려앉아 밀폐된 곳으로 수색이 처음 이뤄졌다. 범대위는 야간 수색 작업 시 잠수사들의 안전문제가 발생할 우려 때문에 다음 날 정조기(물살이 약해지는 시기) 때 시신을 수습하기로 했다. 시신이 추가로 수습됨에 따라 선체 인양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전날 “여한이 없도록 미진하다고 판단되는 구역에 대한 선체 수색을 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지 하루 만에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실종자 가족들이 마지막 수중 수색의 염원에 미련을 갖지 않을 만큼 수색팀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체 붕괴 등으로 인해 접근이 이뤄지지 않은 구역에 수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발견된 시신이 수습되면 세월호 실종자는 단원고 교사 2명과 학생 4명, 이영숙씨와 권재근씨 부자 등 9명이 남게 된다.

한편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숫자(실종자 수)가 바뀌기를 그토록 바랐다”며 “남은 실종자 9명도 가족의 품에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배 안에 수색하지 않은 공간이 많은데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정부의 인양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기존 여야 합의 틀을 후퇴시키거나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부당한 논의를 단호하게 거부한다”며 “정치적으로 독립적이며 진상 규명에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유가족 60여명은 29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이날 밤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