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회적 협동조합… 부처 몸사리기 1500개 목표에 고작 185개 인가

입력 2014-10-29 02:27

#이모(38)씨는 지난해 6월 의류를 수거한 뒤 재활용해 자원 낭비를 막는 목적의 사회적 협동조합을 구상했다. 그는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인가를 신청했지만 환경부는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보완 요청' 판정을 내렸다. 이씨는 4개월 뒤 사업성을 보강해 다시 인가를 신청했지만 환경부는 이번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지자체는 의류 수거 사업이 독점인데 굳이 경쟁을 하기 싫다는 이유였고, 환경부는 이 의견에 따른 것이다.

#최모(30)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들을 교육시키는 협동조합을 계획했다. 당초 사회적 협동조합을 생각했지만, 협동조합 통합지원기관 상담원은 "사회적 협동조합은 인가를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가가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며 만류했다. 최씨는 결국 일반 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았고, 현재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정부의 협동조합 지원정책이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2017년까지 1500개를 목표로 했던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은 미미하다. 정부가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에 소극적이고, 사회적기업에 비해 혜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주민 권익증진이나 취약계층 서비스 확대 등 비영리 목적의 협동조합을 말한다.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부터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복지와 일자리 구멍을 메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실적은 초라하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5601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사회적 협동조합은 겨우 185개로 전체의 3.3%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소극적 인가 방침을 문제 삼고 있다. ‘신나는조합’ 이상수 상임이사는 “해당 부처가 관리·감독 책임 부담 때문에 인가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인가를 해 줄 수 없는 이유를 찾는 데 더 열심인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부처가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심사를 맡긴 375건 중 인가 판정이 난 경우는 178건에 불과했다. 진흥원은 인가 적합 의견을 냈지만 해당 부처에서 인가를 불허한 경우도 21건이나 됐다. 주무부처에서 신청받은 뒤 진흥원에 심사의뢰를 하지 않고 바로 반려한 경우까지 합하면 인가율은 더 떨어진다.

정부 지원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이다. 사회적 협동조합보다 5년 앞서 시행된 사회적기업은 인건비·컨설팅비용의 지원과 소득세·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이 풍부하다. 반면 사회적 협동조합엔 법인세 감면 외에는 눈에 띄는 혜택이 없다.

이 때문에 사회적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가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인가 권한을 기획재정부로 통일시키거나 민간전문기관에 맡겨 일관성 있는 인가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오 협동조합창업지원센터 이사장은 “법인세 혜택이 크지 않은 만큼 그 혜택을 없애고 사회적 협동조합도 일반 협동조합처럼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바꾸는 게 맞다”며 “신고제가 안 된다면 인가를 완화하고 정부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