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종섭 안행부 장관 교수 시절 “서울대 이사회 폐지 고려해야” 연구보고서

입력 2014-10-29 02:26

정종섭(사진) 안전행정부 장관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장기적으로 서울대 이사회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서울대 내부에서는 2011년 말 법인화 이후 설립된 이사회가 독선적·폐쇄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 장관은 ‘국립 서울대학교의 법적 지위 및 위상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학내 의사결정을 학교와 별개로 존재하는 법인 이사회에 맡겨야 할 논리적·필연적 이유는 없다”며 “외부인사 주도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막지 못해 대학운영이 교육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대 이사회는 15명 중 외부인사가 8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외부자 중심의 이사회는 주요 사항과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가 불가능해 총장에 대한 감독 기능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차관과 교육부 차관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해 학교 운영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사회 폐지 후 대안으로는 ‘대학의회’와 ‘학장회의’를 들었다. 보고서는 “평의원회를 대학의회로 재편해 학내 구성원이 직접 선출한 대표기관으로 만들거나, 법인화 이전부터 사실상 의결기능을 수행한 학장회의를 최고의결기관으로 정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를 폐지하기 어려울 경우 ‘내부자 중심형’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평의원회 기획과제로 진행된 이 연구는 정 장관이 연구책임자를 맡았으며 지난해 12월 보고서가 작성됐다.

서울대 이사회는 그동안 여러 논란에 시달렸다. 지난 6월 총장선거 당시 총장추천위원회가 2순위로 올린 성낙인 당시 후보를 이사회가 최종 후보자로 선정하면서 “학내 의사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사 추천·선임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데다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등 폐쇄적인 운영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정근식 평의원회 의장은 “이사회 폐지 주장은 다소 극단적인 측면이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현행 이사회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건 학내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