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를 품고 있는 제천은 발길 닿는 곳마다 단풍이 화려하다.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의 무대인 박달재 고갯길도 예외가 아니다. 해발 453m 높이의 박달재는 조선 중엽 경상도의 젊은 선비 박달 도령과 박달재 아랫마을에 살던 금봉 낭자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는 고개. 봉양읍 원박리의 박달재입구사거리에서 박달재를 넘어 산길이 끝나는 백운면 평동리까지 약 6㎞ 구간은 박달 도령을 기다리는 금봉 낭자의 수줍은 단심처럼 단풍이 발그레하다.
박달재와 이웃한 배론성지는 단풍의 품격과 조화를 보여주는 명소다. 배론성지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숨어 들어온 천주교 신자들이 화전을 일구고 옹기를 구워 생계를 유지하며 신앙을 키워나간 교우촌.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떨어진 노란 은행잎이 양탄자처럼 두툼하게 깔린 배론성지에서도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초가집 신학교였던 성 요셉 신학교 앞의 작은 연못. 거울처럼 맑은 수면에는 색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연못 주변의 단풍나무가 화려한 반영을 드리우고 있다.
청풍대교 건너편에 위치한 청풍문화재단지는 청풍면을 중심으로 마을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보물로 지정된 한벽루 등 청풍에 산재한 문화재 53점을 이전한 곳으로 아침 물안개가 몽환적이다. 물이 차면서 산에서 언덕으로 바뀐 청풍문화재단지는 조경수로 심어진 단풍나무와 활엽수들이 오후의 가을햇살에 오색등처럼 빛난다. 특히 젊은 여인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는 형상의 월악산 영봉과 청풍문화재단지의 어울림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박달재·배론성지·청풍문화재단지 “우리도 단풍 명소”
입력 2014-10-30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