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이젠 재도약 (상)] 증시 활성화대책 훈풍, 신발끈 다시 묶는다

입력 2014-10-29 03:31

증시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증권업계에 회생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금리 하락에 따라 그간 보유하던 채권 가격이 오른 데다 조금씩 거래가 살아나며 수수료 수입도 늘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증권사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3∼4배에 달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내년 상반기 중 가격제한폭을 기존 15%에서 30%로 확대 결정하는 등 증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금융투자업계는 곧 발표될 증시 활성화 대책에 증권거래세 비과세 조치 부활, 기관투자가 투자 규제 완화, 상장 혜택 증대 등이 포함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해외영업 강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업 진출 등 나름의 강점을 기반으로 재도약을 위해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대투증권은 후강퉁(중국·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 시대를 맞을 준비를 완료했다. 중국시장 전문가인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을 중심으로 중국분석팀을 신설, 중국 관련 동향을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제공 중이다. 중국 A주를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시스템도 완비했다. 하나대투증권의 미국·홍콩시장 거래시스템을 이용하던 투자자들은 추가 계좌 개설 필요 없이 후강퉁 주식 매매가 가능하다.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을 통해 위안화 온라인 실시간 환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후강퉁 고객 유인 동력으로 꼽힌다. 중국 주식 투자를 처음 접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해외증권팀을 운영, 24시간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후강퉁 1000만원 이상 거래 시 100위안, 5000만원 이상 거래 시 500위안을 지급하는 ‘내 지갑에 위안화’ 이벤트도 투자자들로서는 주목할 거리다.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국내 1위 ‘메가 증권사’로 도약한 우리투자증권은 합병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금융상품 판매 채널이 늘어나는 것을 선도적 자산관리 사업으로 승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NH농협금융은 전국 도처에 5700여개에 달하는 점포망, 2800만명에 달하는 금융거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며 “채널 공유가 이뤄지면 진정한 의미의 ‘전국적 영업망’을 갖춘 금융그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업 최초로 헤지펀드 운용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략도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형 증권사 육성 방침 의지를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프랑스의 크레디트아그리콜그룹, 네덜란드의 라보뱅크 등은 처음에는 농업인들의 협동조합이었지만 인수합병(M&A)을 거쳐 글로벌 리딩뱅크가 됐다”며 “농협 계열과의 시너지로 글로벌 증권사 도약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해외진출을 시작했던 KDB대우증권은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로 해외 진출 30년째를 맞는 KDB대우증권은 뉴욕·런던·홍콩 등 ‘선진 시장형’ 거점에서는 부동산 부실채권(NPL) 등을 대상으로 한 자기자본(PI) 투자에 적극적이다. 지난 4월에는 세계적인 항공기 금융전문업체 ‘노부스캐피털’과 업무 제휴를 맺고 2900만 달러 규모의 항공기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거점에서는 아예 현지에 진출해 종합 증권사로 도약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과 우수 해외상품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939년에 설립된 누버거버먼은 현재 2420억 달러(약 260조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앞으로 삼성 누버거버먼 차이나펀드를 독점판매하기 시작한다. 중국시장에 대한 심층적인 리서치를 바탕으로 저평가된 홍콩H주와 본토A주 등 우량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