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교회)개혁 과제로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종교개혁 이후 500년 가까이 지났지만 교회 내 여성의 지위는 향상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늘누리지역아동센터장 박세나 목사는 “교회가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그 동안 얘기해 온 남성 중심의 거룩함은 예수의 비전이 아니다”며 “복음은 늘 장애인 노인 어린아이 이방인 그리고 여성에게 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 나라의 전제 조건은 선택받은 자들의 거룩함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온전성에 있다”며 “이러한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면 교회 내 여성의 권리는 지켜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교회의 가부장적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다수 여성의 소극적 자세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들조차 남성이 만든 성의 위계화를 창조의 질서로 받아들이고, 이 질서에 순종할 때 구원과 축복이 있다고 믿는다”며 “변화를 원한다면 여성 스스로 회복하고 치유하는 노력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단 차원의 제도 개선과 신학교육의 커리큘럼도 바꿔야 한다”며 “여교역자 채용제, 여장로 할당제, 여성총대 할당제 등 강제적 정책은 평등한 구조로 나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 방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조 발제를 맡은 김호경 서울장신대 교수는 ‘루터 그리고 다시 예수’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마르틴 루터가 만인사제직을 강조하며 평신도도 설교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여성의 설교는 가정에서나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루터는 이론으로는 여성의 말씀 선포를 금하거나 여성의 사제직을 금하지 않았다”면서도 “루터와 장 칼뱅이 여성에게 배려된 공적 자리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은 그저 수동적 참여와 봉사만을 하도록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에는 여성을 막아서는 또 하나의 벽이 있다”며 “당회장 중심의 교권주의가 일반화된 한국교회의 상황이 그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여교역자협의회 총무 이혜진 목사는 “여성 목회자가 임신하면 5개월까지 숨기고 얘기도 잘 꺼내지 못한다”며 “나중에 말하더라도 담임 목회자가 ‘교회에 피해주지 말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 목사는 “많은 여성들이 목회와 출산·육아를 함께 하고 싶어 한다”며 “이를 위해 모든 교회 공동체가 함께 제도적인 고민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종교개혁 497년 여성 지위는 그대로… NCCK 양성평등 토론회
입력 2014-10-29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