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497년 여성 지위는 그대로… NCCK 양성평등 토론회

입력 2014-10-29 02:2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양성평등위원회 주최로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종교(교회)개혁 과제로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서울장신대 김호경 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허란 인턴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교회)개혁 과제로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종교개혁 이후 500년 가까이 지났지만 교회 내 여성의 지위는 향상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늘누리지역아동센터장 박세나 목사는 “교회가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그 동안 얘기해 온 남성 중심의 거룩함은 예수의 비전이 아니다”며 “복음은 늘 장애인 노인 어린아이 이방인 그리고 여성에게 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 나라의 전제 조건은 선택받은 자들의 거룩함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온전성에 있다”며 “이러한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면 교회 내 여성의 권리는 지켜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교회의 가부장적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다수 여성의 소극적 자세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들조차 남성이 만든 성의 위계화를 창조의 질서로 받아들이고, 이 질서에 순종할 때 구원과 축복이 있다고 믿는다”며 “변화를 원한다면 여성 스스로 회복하고 치유하는 노력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단 차원의 제도 개선과 신학교육의 커리큘럼도 바꿔야 한다”며 “여교역자 채용제, 여장로 할당제, 여성총대 할당제 등 강제적 정책은 평등한 구조로 나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 방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조 발제를 맡은 김호경 서울장신대 교수는 ‘루터 그리고 다시 예수’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마르틴 루터가 만인사제직을 강조하며 평신도도 설교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여성의 설교는 가정에서나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루터는 이론으로는 여성의 말씀 선포를 금하거나 여성의 사제직을 금하지 않았다”면서도 “루터와 장 칼뱅이 여성에게 배려된 공적 자리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은 그저 수동적 참여와 봉사만을 하도록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에는 여성을 막아서는 또 하나의 벽이 있다”며 “당회장 중심의 교권주의가 일반화된 한국교회의 상황이 그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여교역자협의회 총무 이혜진 목사는 “여성 목회자가 임신하면 5개월까지 숨기고 얘기도 잘 꺼내지 못한다”며 “나중에 말하더라도 담임 목회자가 ‘교회에 피해주지 말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 목사는 “많은 여성들이 목회와 출산·육아를 함께 하고 싶어 한다”며 “이를 위해 모든 교회 공동체가 함께 제도적인 고민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