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연주는 재즈? 이번엔 국악으로 즐겨보세요

입력 2014-10-29 02:44
국악그룹 앙상블시나위 멤버들이 28일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현식, 정송희, 김양화, 황영권. 이성준은 불참했다. 이병주 기자

“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하며 행성과 만나듯 사람도 각자가 가진 시점에 만나고 헤어지죠. 이 섭리 속에서 깨달은 희망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어요.”(신현식)

신현식(35·아쟁), 김양화(28·가야금), 황영권(32·타악), 이성준(36·대금), 정송희(32·양금)로 이뤄진 국악그룹 앙상블시나위가 다음달 4일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이클립스’ 공연을 연다. 재즈 보컬로 독보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웅산(본명 김은영·41), 바이올리니스트 허희정(46) 등과 협연한다. 재즈의 스캣과 바이올린의 서정적인 선율이 국악기와 어떤 하모니를 이뤄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28일 충무아트홀 연습실에서 멤버들을 만났다. 밤샘 연습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공연 목적을 설명할 때 눈빛이 반짝였다. 리더 신현식은 “국악에서 ‘시나위’는 무속 음악에 뿌리를 둔 즉흥 합주를 뜻한다”며 “즉흥 연주에 능한 재즈, 화려한 선율을 뽐내는 바이올린과의 협연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연 주제 ‘이클립스’는 빛을 잃은 상태를 의미한다. 김양화는 “빛을 잃은 상태에서 오히려 새로운 빛, 희망을 보자는 의미”라며 “관객들이 위로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멤버들은 2007년 우리 악기에 대한 학술 모임을 시작으로 7년여 간 함께 작업해왔다. 시간이 길었던 만큼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해야 하는 즉흥 연주에 능하다.

앙상블시나위는 그간 연극, 무용, 클래식, 비디오 아트와 협연하는 등 실험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여타 퓨전 국악그룹이 서양화 방식을 택해 대중에게 친근히 다가갔다면 이들은 서양악기를 국악의 범주로 끌어오는 고집스런 방식을 택했다.

멤버들은 “국악기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국악이 박물관에 갇혀 있는 음악이 아닌, 이 시대의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건·사고가 많았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소망을 갖자는 의미가 있어요. 재즈와 바이올린, 무용 등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전개,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정송희)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