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무기력 벗어나 현대문명 치유해야

입력 2014-10-29 03:56
동감신학은 신과 인격적인 동감의 교제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사진은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에 그린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로 하나님과 아담이 손가락으로 교감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윤원근 교수 제공
신이 없다고? 리처드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기독교 하나님을 인간성의 적으로 공격했다. 진화론에 근거한 그의 주장은 많은 무신론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도킨스의 주장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동감할 수 있을까. 사회학자인 저자는 도킨스처럼 하나님을 망상이라고 여기는 무신론자들에게 부드럽게 얘기한다.

“도킨스의 주장과 달리 기독교 하나님만큼 인간을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존재는 없다. 현대문명은 기독교에 근거해 출현했다. 따라서 기독교가 없는 현대문명은 존속할 수 없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든 안 믿든 하나님은 인간의 망상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위대한 관념이다.”(5쪽)

하지만 저자는 기독교와 현대문명 모두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기독교는 자신이 만들어낸 현대문명을 이해하지 못해 현대문명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고, 현대문명은 자신의 뿌리인 기독교에 도끼질을 하면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구의 기독교도 이러한 무능력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란다.

그러면서 저자는 기독교와 현대문명이 동시에 위기에 직면한 이유로 기독교에 그 원인이 있다고 단언한다. 현대문명에 적합한 사고의 지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기독교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그는 또 현재 기독교는 인류 문명을 위한 소통 능력과 창조적 에너지를 잃고 과거의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상태라고 거침없이 비판한다.

이 책의 요지는 현대문명의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해서 기독교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현대문명과 신을 이어주는 새로운 신학적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동감신학(sympathetic theology)’이다. 동감신학은 신과 인격적인 동감의 교제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저자는 참된 소통은 동감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해결점을 찾았다. 동감신학은 삼위일체 하나님 사이의 상호작용,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모두 ‘동감의 원리’로 풀어낸다.

이 책은 기독교가 이러한 무능력에서 벗어나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동감 신학은 현대문명의 문화, 사회, 정치, 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기독교적 사고체계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현대문명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신학자가 아니라 사회학자다. 부산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사회학과 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성경책이 있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사회학으로 진로를 변경한 이유는 마음속에서 계속 제기되는 억제할 수 없는 수수께끼들 때문이었다. ‘진리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에게 적합한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서른에 이르러 회심한 저자가 이 같은 수수게끼기를 푸는 과정에서 성경이야말로 진리에 대해, 인간 존재에 대해, 인간 사회에 대해 궁극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감신학은 기독교와 현대문명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를 수용한다면 기독교는 다시 부흥할 수 있을 것이고, 한국사회도 현대문명을 선도하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417쪽)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기독교인들만 이해할 수 있는 특수 용어가 아니라 누구든지 사용 가능한 중립적인 일반 용어로 복음의 진리를 변증하는 학문 체계를 정립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서울 성북구 정릉교회 집사인 윤원근(55)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인간의 가치 탐색’, ‘우리가 사는 세계’, ‘성서’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