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해로운 물질을 이렇게 분해하기 때문에 간세포 회복, 숙취 해소, 면역력 강화 등에 좋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의 A업체 홍보관. 무리지어 찾아온 중국인 관광객 앞에서 한 직원이 믹스 커피 한 잔에 헛개나무와 엉겅퀴 풀의 일종인 ‘밀크시슬(milk thistle)’ 추출물로 만든 알약을 빻아 섞자 5분 뒤 커피에서 분리된 프림이 위로 떠올랐다. 직원은 색이 투명하게 맑아진 콜라도 들어 보였다. 이 직원은 “콜라에 같은 알약을 넣으면 2시간여 뒤 이렇게 변한다”며 “간 독소도 같은 원리로 해독된다”고 설명했다.
비싸게는 9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었지만 한국 의약품을 크게 신뢰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상당수 제품을 구매했다. 중국 전문 여행사의 상품에 포함된 일정이었기에 의심도 하지 않았다. A업체 등 5곳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에 홍보관을 차려두고 이 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해 688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이 판매한 알약은 치료 효능이 없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드러났다. 국내 중소 생산업체에서 납품받은 제품의 원가는 5만원에 불과했다. 기상천외한 시연 역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업체 관계자들도 원리를 알지 못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업체 대표 근모(44)씨 등 업체 5곳의 대표와 직원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중국인만 홍보관에 출입시키고 한국인의 출입은 금지하는 치밀함을 보였지만 결국 경찰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눈뜨고 코베어간’ 사기] ‘커피 맑아지듯 독소가 쏙’ 기이한 시연… 中 관광객 등쳐 688억 꿀꺽
입력 2014-10-29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