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에볼라 구호인력의 ‘21일간 의무격리’ 조치는 인권 침해라며 비판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21일간 의무격리 조치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어 반 총장의 가세로 비판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다음달 초부터 서아프리카에 보낼 보건인력이 귀국할 경우 바이러스 잠복기인 21일간 격리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어 비슷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치료에 참여한 의료진은 인류애를 위해 헌신한 보기 드문 사람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의무격리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의무격리 조치는 의학적인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것인 만큼 이들을 격리해서는 안 된다”면서 “(의학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21일간 의무격리 조치가 에볼라 구호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일 보건인력의 서아프리카 파견을 발표할 때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서아프리카를 다녀온 보건인력은 귀국 시 21일간 해외 또는 국내에서 격리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거센 만큼 방침 변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격리 문제로 혼란이 가중되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에볼라 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자발적인 ‘자가격리’를 권고하는 내용의 새 지침을 발표했다. 새 지침은 에볼라 창궐국가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중 치료용 바늘에 찔렸거나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돌봤을 경우 자택에서 스스로 격리 조치를 한 뒤 감염 여부를 관찰해야 한다. 또 에볼라 창궐국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온 의료진이나 미국 내 의료시설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본 의료진은 격리 대신 보건 당국이 에볼라 감염 증상 여부만 관찰하기로 했다.
하지만 21일간 격리 조치를 주도해왔던 뉴욕과 뉴저지주는 CDC의 새 지침이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손병호 기자
“에볼라 구호 의료진은 인류애 위해 헌신한 사람들”… 반기문 총장 “의무격리 반대”
입력 2014-10-29 04:20 수정 2014-10-29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