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합니다. 애써 존재가치를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현대인들에게 당신이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김해영(49) 밀알복지재단 희망사업본부장은 28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 극동갤러리에서 열린 ‘아프리카 이야기 사진전’을 기획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척추장애를 딛고 미국 컬럼비아대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아프리카 케냐에서 약 2년간 국제사회복지사로 활약하면서 ‘134㎝의 작은 거인’으로 불렸다.
사진전에는 김 본부장과 김도형 사진작가가 3개월간 케냐와 보츠와나, 탄자니아를 돌며 만난 아프리카인의 생활상과 자연 풍광을 담은 작품 30여점이 전시됐다. 이곳에는 이른 아침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배에 오르는 탄자니아 어부들,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소년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들의 자연스런 모습을 담기 위해 김 본부장과 김 작가는 이들과 먼저 친해진 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댔다.
김 본부장은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보츠와나의 밤하늘을 담은 사진을 꼽았다. 새카만 하늘에 빽빽하게 가득 찬 별이 인상적인 이 사진은 그와 김 작가가 칼라하리 사막에서 4시간 동안 기다려 얻은 작품이다. 김 본부장은 “14년간 보츠와나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외로움에 힘겨워했을 때 가장 위안이 됐던 건 다름 아닌 밤하늘의 별이었다”며 “관객들에게도 제가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 힘들지만 촬영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케냐 도착 5개월 만에 밀알복지재단의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인근 7개국 지역조사를 한 뒤 맞춤형 장애인 복지사업을 진행하는 등 김 본부장은 현지에서 국제사회복지사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아프리카통(通)’ ‘사회복지 전문가’임에도 그는 아직도 매일 현장에서 배운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아프리카를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케냐에 와 보니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수없이 생겼다”며 “앞일을 예측할 수 없는 건 삶도 마찬가지이며, 이것이 인생에 있어 자연스러운 일이란 점을 이곳에서 새롭게 배웠다”고 말했다.
사진전은 다음 달 7일까지 열린다. 다음 달 1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김 본부장과 스타강사 김미경, 패션 디자이너 이광희 희망고 대표가 ‘게릴라 토크쇼’를 열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아프리카의 삶을 담았어요” 김해영 밀알복지재단 본부장·김도형 작가 공동 사진전 극동갤러리서
입력 2014-10-29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