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장 상투적인 답에 대항하는 것이 문학”… 소설 ‘가시내’ 작가 佛 다리외세크 방한

입력 2014-10-29 03:10

‘팬티 속에 펜을 넣은 소설. 그는 여자들이 머릿속 한구석에 감춰두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끄집어낸다.’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자국 여성작가 마리 다리외세크(45·사진)의 장편소설 ‘가시내’(열린책들)를 이렇게 평했다.

다리외세크는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다. ‘가시내’의 국내 출간에 맞춰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작가를 28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만났다.

그는 26세에 쓴 데뷔작 ‘암퇘지’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한 여성이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 속에서 점점 암퇘지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는 “인간 속에 들어있는 동물성, 여성에 대한 다양한 접근, 인간이 느끼는 관능과 감각의 세계 등이 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말했다.

신간 ‘가시내’는 소녀에서 여성을 향해가는 10대의 성을 파격적으로 담아냈다. 마치 사춘기 소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낯설지만 생동감 넘치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그는 “어린 시절에 썼던 내 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라고 전했다. 특이한 것은 글로 쓴 게 아니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일기라는 것. 그는 “별일 없는 현실을 사실대로 쓰는 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14∼17세 때 테이프에 몇 시간씩 수다스럽게 그날 있었던 일을 녹음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프랑스 남부 작은 마을, 녹음기에선 양 울음소리, 교회 종소리, 어머니의 구두 소리, 전화벨 소리 등이 흘러나왔다. 한창 성에 호기심 많은 소녀의 이야기는 한편으론 감동적이고 한편으론 우스웠다. 작가는 “소년소녀들의 상투적인 생각이 많았고 혼란스러움도 많았다. 바로 이 소설의 주제”라고 말했다.

다리외세크는 지난해 소설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로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수상했다. “문장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하는 작가들에게 주는 상이다. 단순히 도발적인 주제라 주목받은 게 아니라 작품성을 인정받아 기뻤다”고 말했다.

어떻게 문학을 하게 됐냐는 질문에는 “다른 것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을 쓰는 건 숨을 쉬는 것과 같다.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며 “쉽게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타협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문학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답을 던지는 게 아니다. 가장 상투적으로,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답에 대항하는 것이 문학”이라고 강조했다. 다리외세크는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번역, 제약의 글쓰기’를 주제로 한 강연회, 30일 서울 중구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가시내’ 출간 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글=한승주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