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나무를 심자’고 부르짖는 크리스천이 있다. ‘조국을 푸르게(One Green Korea Movement)’ 대표 김호진(사진)씨. 미국 뉴저지주 파라무스시 필그린 교회 장로인 그는 지난 10년 동안 북한을 150번 이상 드나들며 북한 전역에 나무 500만 그루를 심었다.
“북한 9개도에서 나무 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잣나무 버드나무 오동나무를 많이 심고 있어요. 북한 양로원과 고아원 아이들도 돕고 블루베리 재배와 수확 등 북한 주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협동농장 사역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70대라고만 밝힌 그는 2004년 북한 초청으로 협동농장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북한 나무 심기 운동을 벌이게 됐다. 2002년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러브포올내이션’(LFAN) 단체를 설립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인도주의 의료봉사를 펼쳐왔는데 북한이 재미동포인 김 장로의 활동을 눈여겨보고 초청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서 협동농장 등을 둘러보다가 심각한 민둥산 실태를 알게 됐다.
“북한에 나무를 심는 일은 북한 지도부도 좋아하더군요. 북한을 도와주는 것에 반대하는 (한국)분도 계신 줄 아는데, 다른 부분은 몰라도 북한지역의 산림녹화는 한반도 전체를 푸르게 하는 것이니 대부분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어요. 남북 양측이 좋아하는 일부터 먼저 해야 대화와 통일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 2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이 되고 나서 물질관과 신앙관 등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15년 전에 뇌출혈로 쓰러졌어요. 수술을 한 뒤 6개월간 꼼짝 못했고 걸음마부터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됐지요. 불구자가 됐지만 머리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병마를 딛고 일어서면서 삶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파라무스시에 있는 버겐 리저널 메디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노인전문병원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 직원 2100명을 두고 있다. 이른바 성공한 재미교포였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물질에 관심이 많았고 세상일을 즐겼다. 그러나 건강을 잃은 뒤 안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하나님께 건강회복을 위해 기도하니 자연스레 나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게 되더군요. 국가와 민족, 통일문제도 이때부터 생각하게 됐고요.”
그는 지난해 10월 북한에 더 많은 나무를 심기 위해 ‘조국을 푸르게’를 설립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26일 북한 국토환경보호성으로부터 65억 그루의 나무 심기에 필요한 종자, 묘목, 설비, 자재, 자금, 기술자료 지원과 관련한 모임을 맡아 달라는 위임장을 받았다. ‘조국을 푸르게’를 설립한 지 2개월 만의 일이다. 그만큼 북 당국과의 신뢰가 돈독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17일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 산하 한국교회한반도녹색평화운동협회(KGPM)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두만강 유역에 산림녹화사업을 함께 벌이기로 했다.
그는 “북한 나무 심기를 통해 하나의 한반도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과 북이 이제 총칼을 내려놓고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디아스포라(이주자)와 함께 환경복원사업을 벌이기를 고대하고 있다. 김 장로는 “내년에 남북이 분단된 지 67년이 된다”며 “이제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갈 때도 되지 않았느냐”며 미소를 지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조국을 푸르게’ 대표 김호진 장로, 10년간 150차례 방북 “북한에 나무 심어요”
입력 2014-10-29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