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모델인가 홍보대사인가. 5억7200만원, 4억9500만원, 4억8000만원, 3억7200만원…. 정부와 공기업이 최근 몇 년 동안 연예인 홍보대사들에게 지급한 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최근까지 중앙부처 및 공기업들이 홍보대사용으로 쓴 돈은 모두 70억3380만원. 금액기준으로 1위 이승기, 2위 조재현, 3위 임현식 등의 순이다. 특히 원더걸스는 농림축산식품부 홍보대사로 1년간 활동하며 가장 짧은 기간에 최고액인 3억7200만원을 받았다.
홍보대사는 봉사와 명예직이 일반적이다. 영어로는 ‘친선’이나 ‘호의’ 또는 ‘명예’ 등을 나타내는 ‘Goodwill ambassador’ 또는 ‘Honarary ambassador’라고 한다. 국민들도 대체로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이미지나 능력을 재능 기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안성기, 정명화, 션과 정혜영 부부 등 돈을 받지 않는 유명인 홍보대사도 많다. 션 부부는 자신들을 홍보대사로 세운 홀트아동복지회에 5년 동안 5억원을 기탁했다. 이들 외 많은 연예인과 체육인, 예술인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제체육행사 지역 및 문화 행사 등을 위해 기꺼이 자원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직접 분쟁 현장의 난민들을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 포브스 선정 할리우드 최고 몸값의 여배우로 선정된 그는 자신의 돈과 시간을 써가며 난민들의 아픔에 동참해 왔다.
홍보대사들에게 무보수와 명예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적절한 금전적 보상은 필요하다.
다만 광고 모델료와 맞먹는 거액을 주고 유명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공적 기관일수록 자제해야 된다. 취지와 의도를 제대로 설명하면 돈보다는 그 뜻에 공감하는 유명 인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공익을 위한 일이라면 헌신하겠다는 명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대중들도 이들이 홍보대사로 등장할 때 더욱 각별한 호감과 신뢰감을 갖게 된다. 홍보의 원천은 돈이 아니라 진정성이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억대 홍보대사
입력 2014-10-29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