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이 미덕인 시대가 있었다. 1970, 80년대엔 가계에서 차곡차곡 모인 돈이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요즘은 오히려 소비가 경제회복을 위한 미덕이라고 말한다. 은행과 정부는 저축에 무심하고 금융소비자들은 낮은 금리에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28일 저축의 날을 맞았지만 풍경은 우울하기만 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은 4.5%였다. 전년(3.4%)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1990년대 저축률이 16.1%였던 것을 생각하면 턱없이 낮다. 2001년 이후 저축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 낮았고 2004년(8.4%)과 2005년(6.5%)을 제외하곤 모두 5%를 밑돌았다.
저축 감소의 요인은 우선 소득정체를 들 수 있다. 가계마다 소득은 늘지 않고 빚만 늘었다.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해 1000조원을 넘어섰다.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90년대 10%대에서 2000년 들어 5% 전후로 하락했다. 대출 원리금 상환도 어려운 상황이라 저축은 꿈도 못 꾸게 됐다.
여유자금이 생기더라도 저축은 이제 매력적이지 않다.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과거엔 은행 예금 이자만으로도 돈을 불릴 수 있었다. 이제는 실질금리를 따져보면 오히려 제로 혹은 마이너스 금리인 상황이다. 저축보다는 투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부와 시중은행도 더 이상 저축을 장려하지 않는다. 저축의 날 대부분 은행이 내놓았던 특판 예·적금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 정부 역시 기술금융, 통일금융 등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품만 강조할 뿐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대책 수단이 될 수 있는 저축에는 무관심하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우울한 저축의 날
입력 2014-10-29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