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은 날 때부터 시력이 없는 장애인을 보고 누구의 죄 때문이냐고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제자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고통이 하나님을 떠난 죄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모든 고통이 죄의 삯이라는 생각은 잘못입니다.
장애를 입게 되면 당사자와 가족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중 한 가지는 죄책감입니다. 자식이 장애를 입은 부모는 자신의 죄 때문이라는 무거운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제 아버지께서 제가 실명했을 때 자주 술을 드시면서 하셨던 말씀을 기억합니다. 아버지는 “내가 그렇게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자식이 시력을 잃게 됐느냐”며 때로는 소리까지 내어 우시곤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제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중도에 시력을 잃은 저도 무거운 죄책감으로 힘겹게 인생을 살고 있다가 진리를 알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장애인이 된 것이 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지’ 하는 문제를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받은 말씀으로 증거하려 합니다.
제자들의 질문을 받은 예수님은 부모나 자신이 죄를 범해 장애인이 된 것이 아니고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에 은혜를 받고 큰 위로와 힘을 얻어 “나를 통해 하시고자 하시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머리에 담고 항상 주님의 음성 듣기를 기다리며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그리스도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됐고, 변동교회가 탄생했으며, 매주 약 300명의 성도들이 부족한 종이 전하는 말씀을 듣고 힘을 얻어 믿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이 하신 일이기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나 자신은 주 안에서 스스로 만족하며 보람과 기쁨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이만큼 목회를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일하신 흔적이라고 스스로 시인하며 고백합니다. 나를 보는 사람도 나의 모습만 보지 말고 하나님이 일하신 것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비춰 보면 제자들의 질문은 편견이었습니다. 마치 건강한 사람은 죄가 없고 병든 사람이나 장애인은 죄가 많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우리는 장애를 입은 분들을 바라볼 때 그를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려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장애를 입은 분들에게 그렇게 말해 준다면 큰 위로와 힘을 얻어 용기를 가지고 힘차게 살게 될 것입니다. 장애를 입지 않아 아직 건강하다면 모두가 예비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건강한 몸으로 장애인들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원치 않는 장애를 입은 분들은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시는 분명한 뜻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그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성경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통해 하시고자 하는 일을 찾아 부지런히 행동에 옮겨 하나님이 크게 쓰시는 귀한 성도가 되어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손용헌 목사(대전변동교회 예장고려개혁 총회장)
[오늘의 설교] 장애인이 된 것은
입력 2014-10-29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