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살인교사’ 김형식 무기징역 선고

입력 2014-10-28 04:25

서울 강서구 재력가 송모(67)씨를 청부살해한 혐의(살인교사)로 구속 기소된 김형식(44·사진) 서울시의원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사상 최초로 1주일간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김 의원을 유죄로 판단했다. 김 의원의 사주를 받아 송씨를 살해한 공범 팽모(44)씨에게는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정수)는 27일 김 의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김 의원은 2년에 걸쳐 계속 팽씨에게 살인을 교사하고 결국 팽씨가 살인을 해 피해자 가족에게 큰 고통을 줬다”면서 “그럼에도 체포된 이후에도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자신의 죄를 부인하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해 공범에게 자살토록 요구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주장한 김 의원 측 변호인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이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한 송씨의 매일기록부(금전출납부)에 대해서는 “매일기록부의 김 의원 항목이 별도로 기재돼 있고, 김 의원이 돈을 받은 대가로 제출한 차용증과 금액이 모두 일치한다”며 “차용증에 김 의원의 지장도 찍혀 있는 점에 비춰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5억2000만원을 받은 것은 모두 입증된다”고 말했다.

송씨가 본인 소유 건물의 상업적 용도 변경을 위해 김 의원에게 로비를 했을 개연성도 인정했다. 매일기록부에는 김 의원이 용도변경 로비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재판부는 “실제 용도변경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예산이 확보됐고 용역 계약도 체결된 적이 있다. 송씨는 이걸 믿고 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범행 전후의 정황도 청부살인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CTV를 보면 팽씨는 처음부터 송씨를 죽이려는 듯 흉기를 휘두르고, 손가방에 있는 돈을 놔둔 채 차용증을 찾는다”며 “김 의원 주장대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면 돈을 놔두고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범행 전후 김 의원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중국으로 도주하기 전날인 지난 3월 5일 김 의원의 차를 타고 이동한 점 등에 비춰 살인교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심원 9명은 징역 20년 1명, 30년 1명, 무기징역 5명, 사형 2명 등으로 의견을 냈다. 선고에 앞서 검찰은 김 의원과 팽씨에게 모두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 의원은 믿고 따르던 친구에게 살인을 지시하고 범행에 성공하자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수없이 자살을 권유했던 인면수심의 사람”이라며 “잘못에 대한 반성 없이 묵비권 뒤에 숨어 범행을 변명하는 데 급급한 김 의원에게 법의 엄중함을 보여줘야 한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은 지금껏 묵비권을 행사한 것과 달리 쟁점 사안마다 적극 답변했다. 최후진술에선 배심원단을 향해 눈물을 보이며 “진실을 밝혀주세요”라고 했다. 김 의원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경찰의 언론플레이에 당했다. 항소해 반드시 무죄를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