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감독 선임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KIA 타이거즈도 재계약한 선동열(51) 감독이 돌연 사퇴하면서 사령탑 선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축제가 감독 선임 이슈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 선수들은 27일 최하진 사장을 만나 공필성(47) 코치의 감독 임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공 코치가 지휘봉을 잡을 경우 은퇴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감독 임명을 거부한 것은 33년 프로야구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공 코치는 1990년 롯데에 입단해 2001년부터는 수비코치를 맡고 있다. 구단의 운영을 맡고 있는 프런트는 한 팀에서만 줄곧 선수·코치 생활을 해온 공 코치가 선수단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기 사령탑으로 낙점하고 감독 선임 작업을 해왔다.
선수들이 공 코치 감독 선임에 반대하는 것은 그가 선수들 편이 아닌 ‘프런트 라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공 코치가 지휘봉을 잡을 경우 프런트 입맛대로 연봉 삭감과 강압적 훈련 등이 이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 코치는 지난 8월 김시진(56) 감독과 프런트가 정면충돌했을 때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프런트는 공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앉힐 계획이었지만, 신동인 구단주 대행이 막아 없던 일이 된 바 있다.
롯데는 일부 선수가 불만을 표출했을 뿐 선수단 전체가 항명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사태의 진위를 파악 중”이라며 “공 코치를 비롯해 여러 명의 감독 후보군을 가지고 있다. 신임 감독이 결정되는 대로 곧바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주장 박준서도 “선수단은 결단코 공 감독 결사반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선수단은 내년 시즌을 위한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더 이상 언급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KIA 역시 선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어수선하다. 선 감독은 지난 19일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팬들의 항의로 재신임 6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6일 마무리 훈련, 29일 미야자키 전지훈련 등 팀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KIA 사령탑에는 김기태(45) 전 LG 트윈스 감독과 이순철(53) SBS 해설위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감독 선임 문제로 포스트시즌은 흥행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포스트시즌에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해 당황스럽다”며 “가을야구가 계속해서 감독 선임 문제로 묻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롯데 선수들, 공필성 감독 선임 거부
입력 2014-10-28 03:19 수정 2014-10-28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