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의 대미를 장식한 두 여인은 김성주(58)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영화배우 김부선(53)씨였다. 이들은 종합감사가 열린 27일 국회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김 총재는 국감을 회피해 ‘뺑소니 출장’을 떠났다는 뭇매를 맞았고, 김씨는 서울 옥수동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을 폭로해 ‘난방 열사’로 불린 이슈메이커였다. 두 사람은 옷차림은 물론 국감장에서 보인 표정도 상이했다.
짙은색 정장을 입고 출석한 김 총재는 납작 엎드렸다. 기관증인임에도 지난 23일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 불출석했다가 ‘나홀로 국감’을 받는 괘씸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김 총재가 오후 2시까지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을 집행하기로 한 터였다.
새정치연합 소속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은 국감 시작과 동시에 “김 총재가 임명 과정에서 낙하산 문제를 일으킨 사회적 물의와 불출석으로 일으킨 물의는 차원이 다르다”며 “국민과 국회를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김 총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100% 저의 불찰이었다. 정중히 사과드린다”면서 “제가 공인이 되어본 적 없이 기업인으로 살다 보니 저의 생각이 짧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대북 교류가 경직돼 많은 분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안타까움에 4년에 한 번 열리는 아·태지역 총재회의에 참석했는데 잘못 판단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엄청난 정치적 발언을 했던 분이 공직을 몰랐다니 너무나 유치한 핑계”(새정치연합 최동익 의원)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총재는 “새로운 공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많이 성숙해지겠다”고 거듭 사죄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도 “공인과 사인으로서 여러 가지가 다르다”며 책임 있는 언행을 주문했다.
김부선씨는 베이지색 투피스 차림으로 국토교통위원회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시종일관 당당한 표정이었다. 일부 의원들과는 웃으며 악수했고, 기자들에게는 “날 미워하지 말라”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김씨는 발언에서 “난방비는 그동안 주민자치라고 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손을 놨다”면서 “전국의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 주민들이 서로 칼만 안 들었지 살벌하다”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김씨는 “40년 묵은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라며 “교도소보다 폐쇄적인 곳이 관리사무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성동구청의 유착 의혹에 대해 질의하자 김씨는 “유착이 있다고 보지만 심증만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지난여름에 민생하시면서 반바지 입고 (선거에서) 싹쓸이하지 않았느냐”며 “박 대통령께서 4대악이라고 해서 불량식품을 넣으셨는데 주거생활까지 5대악으로 해서 입법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씨는 준비해 온 서류를 들어 보이는가 하면 “진실은 더디지만 드러나게 돼 있다”고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씨를 참고인으로 신청한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엄기영 임지훈 기자 eom@kmib.co.kr
[이슈메이커] ‘난방 열사’ 김부선 “나를 미워하지 마라”-‘뺑소니 출장’ 김성주 “생각이 짧아서…”
입력 2014-10-28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