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떠나려는 김태호 최고위원의 옷깃을 놔주지 않고 있다. 김 대표가 사퇴를 선언한 김 최고위원을 삼고초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내 역학 구도에서 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자신을 향해 반발한 김 최고위원을 만류함으로써 ‘통 큰 리더십’ 이미지라는 부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정원은 원래 7명이다. 그런데 김 대표가 아직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을 지명하지 않아 지도부는 6명으로 유지돼 왔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 대표와 서청원·김태호·이인제·김을동 최고위원에다 지명직 이정현 최고위원이 바로 그들이다.
현 지도부를 당권파와 친박계로 분류하면 ‘3대 3 구도’로 수적 균형을 맞추고 있다. 당권파는 김 대표와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이다. 친박 측에는 서청원·이정현·김을동 최고위원이 있다.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던 김을동 최고위원을 양쪽 진영은 서로 “우리 편”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서 최고위원과는 약간 멀지만 친박 주류와 가깝고 김 대표와도 친하다.
지금까지는 김 대표의 당 장악력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수적 균형에도 불구하고 당권파가 당을 주도하는 모양새였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어느 순간 눈에 띄는 갈등 없이 김 대표 체제로 굳혀졌다”고 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이 사퇴 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당 지도부의 세력 균형이 친박 주류로 급속히 기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박 주류들의 세 결집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만약 김 최고위원이 끝내 사퇴하고 친박 중진의원이 그의 빈자리를 메우게 되면 김 대표 입장에서는 불리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는 홍문종·유기준 의원 등을 김 최고위원이 빠진 자리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을 ‘미워도 다시 한번’ 붙잡는 데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27일 최고위원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직 (설득작업이) 진전 중”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개헌론을 주장하려면 지도부에 들어와서 하는 게 합당하다는 이유에서지, 진영 논리 때문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당내 분란에다 ‘개헌 봇물’ 발언 이후 당청관계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김 대표 본인의 지지율도 하락세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김 대표에 대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7일 전보다 2.9% 포인트 떨어진 12.8%를 기록했다. 1위인 박원순 서울시장(20.6%)에 이어 2위이긴 하지만, 7·30재보선 이후 처음으로 15%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타결된 직후였던 10월 첫째주에 김 대표는 박 시장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후 3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조사는 지난 20∼24일 19세 이상 25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로 집계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였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당청 갈등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김 대표 지지 대열에서 이탈했고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파동으로 하락폭이 더 커진 것 같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미워도 다시 한번… 김무성, 김태호 붙잡는 속내는
입력 2014-10-28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