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기아자동차의 신차는 평균점수가 오르는 수험생 같다. 주행성능, 승차감 등 기본기 과목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가 눈에 보인다. 단 연비 과목은 좀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시승한 신형 쏘렌토에서도 ‘성적 향상’이 느껴졌다. 기존에 비해 38㎜ 낮아진 시트는 운전자의 승·하차를 편하게 해줬을 뿐 아니라 주행 중에도 안락한 느낌을 갖게 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세단의 승차감을 구현하는 업계의 최신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주행 과목도 평균 이상의 점수를 줄 만 했다. 정차했다가 출발할 때 거친 엔진소리가 다소 거슬리긴 했으나 본격 주행이 시작되자 소음은 사라졌다. 속도를 높였을 때 기어가 넘어가는 느낌도 부드러웠다. 시속 80∼90㎞ 구간과 시속 110㎞ 이상에서의 안정감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아차는 ‘남자의 존재감’으로 이 차를 선전한다. 실제 타보면 쏘렌토는 과묵하고 조용한 남자다. 개발진이 정숙성에 학습 시간을 많이 할애한 결과다. 다만 미세한 진동이 주행 내내 들려 진동·소음 분야에서 완성도를 100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뒤쳐지는 과목은 연비였다.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강원도 춘천 라데나GC까지 왕복 160㎞ 구간에서 평균 13㎞/ℓ 대의 연비가 기록됐다. 공인연비 12.4㎞/ℓ(도심 11.3㎞/ℓ, 고속도로 14.2㎞/ℓ)에 비해 높지만 도로사정이 매우 좋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딱 공부한 만큼만’ 성적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평균속도는 약 77㎞/h였다.
구형 쏘렌토를 모는 지인이 뒷자리 쏠림 현상을 호소한 적이 있다. 춘천의 국도 구간에서 일부러 뒤에 앉았는데 차체 강성이 강화되고 충격흡수장치가 보강된 덕분인지 좌우 출렁임이 크지 않았다.
가격은 2.0ℓ 모델이 2765만원부터 3320만원까지다. 2.2ℓ 모델은 2925만원부터 시작한다. 시승한 차는 2.2ℓ 최고급 사양이다. 신형 쏘렌토는 8월 말 출시 이후 두 달간 1만1000여대가 팔렸고 현재 1만여대 물량이 밀려 있다. 지금 계약하면 두 달 정도 기다려야 차를 받는다.
권기석 기자
신형 ‘쏘렌토’ 타 보니… 물 흐르듯 부드러운 변속·승차감 돋보여
입력 2014-10-29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