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제한 달러를 풀던 양적완화 조치를 거둬들이고 금리 인상을 단행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은 1년간 0.98% 포인트 하락하면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밖으로는 미 금리가 대외 변수로 작용하지만 안으로는 포화상태에 이른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로 부풀려진 가계부채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처럼 대출 부실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양적완화 종료, 한국경제 먹구름=27일 IMF가 내놓은 ‘201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조기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시장금리가 급등할 경우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1년간 0.98%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IMF의 분석대로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금리 인상을 감행해 시장에 충격을 줄 경우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인 4%에서 3% 초반대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부문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또다시 우려의 대상으로 꼽힌 것이다.
IMF가 한국경제 충격 가능성을 높게 본 이유는 한국 금융시장이 외부 충격에 민감하고 실물경제도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 때문이다. 로메인 듀발 IMF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팀장은 “한국에 들어오는 자본은 외부 충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금융 부문에서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실물경제 부문에서도 미국에 대한 수출 둔화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 양적완화 종료 시그널이 나올지가 우리 경제의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가속도 붙은 가계부채 증가세=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040조원 규모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적정 가계부채 규모를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적정 가계부채는 실물경제와 금융안정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적정 규모를 떠나 가계부채 증가세는 사상 최대로 늘고 있는 반면 부채상환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0%, 처분가능 소득증가율은 2.9%인 데 비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6%였다. 지난해뿐 아니라 2009년부터 가계부채 증가율은 소득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과 10월 한은의 잇따른 금리 인하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로 가계부채를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인하 시 가계부채는 향후 1년간 0.24% 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차례 금리인하 효과만으로 내년 10월까지 5조원의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셈이다. 특히 낮은 금리를 이용해 주택구입 목적 이외에 생활비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비중도 급격한 증가 추세다. 오 의원은 “소득이 낮은 1분위는 주택담보대출 중 20%를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며 “갑자기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LTV·DTI 규제를 완화한 8월 이후 두 달간 가계부채는 11조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조6000억원 증가에 비해 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가계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54.7%에서 지난 6월 기준 47.1%로 감소했다. 반면 저축은행과 보험 등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29.8%에서 33.3%로 3.5% 포인트 증가했다.
◇정부, 그래도 문제없다?=이날 국감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와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 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 이내로 억제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여전히 가계부채보다는 경기부양 쪽에 힘을 실었다. 그는 “가계부채를 감내할 상황이냐 경제시스템 위기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건지가 중요한데, 우리 가계는 금융이나 다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각심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경제에 중대한 리스크로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댄 발언인 셈이다. 최 부총리는 미 금리 인상 영향에 대해서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신흥국과 차별화돼 왔고 (미 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급속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이성규 조민영 기자 zhibago@kmib.co.kr
[뉴스분석] IMF “美 금리 올리면 한국 GDP 1년간 0.98%P 하락”
입력 2014-10-28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