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첨단공법 총동원 대우건설 말레이시아 스카이라인을 바꾼다

입력 2014-10-28 03:16
대우건설이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빈자이 지구에 건설 중인 IB타워.대우건설 제공
말레이시아 수도 한복판에 건설 중인 IB타워는 빽빽한 빌딩들 위로 하늘을 떠받친 금속 기둥처럼 곧고 무겁게 솟아있었다. 하중을 분산하는 기둥(전이보)이 건물 외곽을 지그재그로 타고 올라가며 감싼 외관은 규칙적으로 세공된 다이아몬드 표면을 연상시켰다. 아직 유리창을 덮지 않은 건물 각층 곳곳에선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작업 중인 근로자들도 눈에 띄었다.

대우건설이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빈자이 지구에 짓고 있는 IB타워는 지상 58층, 274m 높이다. 쿠알라룸푸르를 상징하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와 텔레콤 말레이시아 타워(310m)에 이어 현지에서 세 번째로 높다. 텔레콤 타워와 말레이시아에서 네 번째로 높은 KLCC타워(267m)도 대우건설이 지은 건물이다. 말레이시아 수도의 스카이라인을 한국 건설사가 조각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3일 찾은 IB타워는 대강의 모습을 갖춘 상태였다. 내년 4월 준공 예정인 이 공사는 소음 등에 대한 인근 거주자들의 민원 때문에 3개월 지연됐지만 ‘스킵 플로어(층 건너뛰기)’라는 기술로 준공 예정일을 거의 맞출 수 있다고 한다. 대우건설은 4개층 시공을 생략하고 건물을 올린 뒤 그곳에서부터 위아래로 동시에 작업했다.

김주석 현장 관리팀장은 “준공이 늦어지면 발주처에 보상해야 하는 돈이 하루 5000만원, 석 달이면 45억원으로 총 공사비 2000억원짜리 공사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라며 “무엇보다 발주처와의 신뢰도에도 금이 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반드시 공기를 단축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IB타워는 애플 신사옥와 뉴욕 허드슨 타워, 런던시청, 홍콩 상하이 은행 본부 건물 등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노만 포스터가 디자인했다. 포스터는 유리, 철, 알루미늄 등 다양한 재료와 최신 기술을 건축 디자인에 접목한 하이테크 건축의 대표주자다.

IB타워는 독특한 외관 때문에 발주 때부터 건설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만큼 건축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대 초고층 빌딩 시공의 기술력이 집약된 건축물”이라고 자평했다.

이 건물은 거대한 외부 기둥이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보통 교각 설계에 적용된다. 빌딩에 적용된 전례는 없었다. 건축물의 수직 부재와 함께 건물을 감싸는 기둥이 45도로 꺾여 설계돼 단시간에 시공하는 게 관건이었다. 대우건설은 1주일도 안 돼 끝냈다고 한다.

대우건설은 또 건물 형상과 재료 특성, 시공 순서에 따라 건물 높이가 낮아지거나 기울어지는 현상인 ‘시공 중 변위’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이 기술은 다양한 변수를 시공 전 단계에서 예측한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준공한 KLCC 타워는 99.95%의 정밀시공에 성공했다.

IB타워의 지상 1∼5층은 로비와 갤러리, 7∼35층은 오피스, 36∼40층은 주민공동시설, 41∼53층은 서비스드 아파트(레지던스), 55∼58층은 펜트하우스로 조성된다.

이기순 소장은 “다양한 초고층 첨단 신공법과 밤낮 없는 공사 수행으로 석 달 이상 늦어진 공사기간을 모두 따라잡고 당초 공기에 맞춰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IB타워의 펜트하우스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높은 주거공간이자 최고가 주택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