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 23일 선체 인양에 대한 논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지 불과 3일 만에 다시 선체 수색으로 가닥을 잡았다. 선체 인양 결정을 내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부에 선체 수색을 지속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선체 규모와 해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인양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현실적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27일 전남 진도군청에서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를 통해 수색 지속과 인양 여부에 대한 무기명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수중수색 지속’과 ‘인양’ 의견을 물었으나 9가족 중 수 5가족이 수중수색 쪽에 투표를 했다. 인양을 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실제 인양이 가능한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아직 수색할 수 있는 여건이 될 때까지 한번이라도 더 수색을 해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해석된다.
배 변호사는 “정부의 과거 25년간 기상통계 분석 결과 11월에 수색 가능 파고(1.5m 이하)가 약 20일, 11월 수온을 약 14.3도로 예측하고 있어 작업 여건상 충분히 수색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또 “실종자 가족들은 여한이 없도록 미진하다고 판단되는 구역에 대해서도 수색을 지속해 달라는 의견을 오늘 오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면서 “이 장관 역시 ‘실종자 가족들이 여한이 없도록 수색팀을 독려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배 변호사는 “실종자 가족은 인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논의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며 “실종자 대책위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지난달 4일 김영석 해수부 차관이 언급한 인양에 대한 검토자료 및 선체 인양 계획을 실종자 가족에게 전달하고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인양에 대한 여지는 아직까지 남겨진 상태다. 여한이 없는 수색이 진행되기를 희망하는 실종자 가족들이 추가 수색에 성과가 없을 경우 결국 실종자 수색 방법의 마지막 보류인 인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도 “인양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나가고 정부와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한 대화와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도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워지는 날씨로 인해 사고 해역의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잠수사들의 수색작업 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 더 이상 수색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실종자 가족들도 잠수사들의 소중한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잠수사들 역시 더 이상 수색을 진행하기가 힘들다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세월호 민간 잠수사들을 담당하는 88수중환경 박경렬 현장소장은 이날 “더 이상 수색은 어려울 것”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범정부사고대책본부와 해경에 법률적 절차에 따른 결정사항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 달쯤이면 다시 인양 논의가 불거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실종자는 현재 10명으로 단원고 교사 2명과 학생 5명, 이영숙씨와 권재근씨 부자 등 모두 9가족이다.
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세월호 결심공판] 실종자 가족들 왜 ‘선체 수색 계속’ 요청했나
입력 2014-10-28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