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北 또 대북전단 항의 전통문 발송… 고위급 접촉 재고 압박 대화시기 조절?

입력 2014-10-28 02:21
북한이 대북전단 때문에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재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항의 전통문’을 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내왔다고 정부 당국자가 27일 밝혔다. 정부가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 날짜(30일)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기에는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고 전단만 계속 문제삼고 있어 고위급 접촉 전망도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26일 새벽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국방위원회 서기실 명의로 전통문을 보내왔다”며 “전통문에서 ‘25일 보수단체들의 주간(晝間) 전단 살포 계획은 무산됐으나 우리 당국이 저녁 시간을 이용한 전단 살포를 강행하도록 방임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살리자는 우리의 요구를 남측이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고위급 접촉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임 대변인이 전했다.

국방위가 국가안보실 앞으로 대북전단 관련 항의성 전통문을 보낸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다. 1차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인 3월 5일과 지난달 13일, 15일에 이어 이번에는 고위급 접촉 재고(再考)까지 거론하며 압박해왔다. 북측 각 단체의 담화나 성명을 통한 전단 관련 항의도 11차례에 달한다. 전단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전단 살포 중단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계속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며 “우리와 협상하기 더 좋은 때를 기다리며 대화 시기를 미루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전단 살포 문제로 남한에선 보수·진보단체가 충돌하는 등 ‘남남(南南)갈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북한에 대한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목소리도 커지는 등 북한 입장에선 여론이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서해상이나 군사분계선(MDL) 근처에서 북한이 벌이는 일련의 군사적 도발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30일의 2차 고위급 접촉에 나올 가능성은 일단 낮아졌다”면서도 “북한이 북·미관계나 일본과의 납북자 문제 해결 등 다른 변수를 보면서 남한과의 대화에 속도 조절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 군부 내 충성 경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강경파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게 전단 문제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식의 보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북한이 판문점 채널을 놔두고 서해 군 통신선을 이용하는 일도 부쩍 늘었다.

우리 정부는 국가안보실 명의로 전단과 관련해 ‘민간단체 활동을 통제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과 함께 2차 고위급 접촉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답신을 발송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