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좌파 정권인 지우마 호세프(67) 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는 브라질이 1995년 민주화된 이래 가장 치열했다. 그만큼 호세프의 재선이 아슬아슬했고, 브라질 사회가 좌파와 우파로 첨예하게 대립했다는 의미다. 외신들은 “브라질의 분열상이 낱낱이 드러난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호세프의 앞길은 험로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빈민구제 박수 받았으나 저성장에 발목 잡혀=외신들에 따르면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전체 유권자 1억4280만명)에서 집권 좌파 노동자당(PT) 후보인 호세프 대통령은 연방선거법원의 개표 집계 결과 51.6%의 지지를 얻어 중도우파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54) 후보(48.4%)를 힘겹게 따돌렸다.
절반에 가까운 브라질 국민이 호세프의 재선에 반대한 이유는 경제문제 때문이었다. 호세프는 2011년 취임한 이후 소득불평등 문제, 특히 빈곤문제 해결에 중점을 기울여 왔다. 실제로 연방 재정으로 빈민층에 대한 수당확대 및 공공주택 건설 등 일련의 빈민구제책을 펴 수백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이런 덕분에 북동부의 빈민층 등 서민층이 이번 선거에서 호세프 당선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과도한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인해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브라질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브라질의 성장률을 0.3%와 1.4%로 전망했다.
아울러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높은 세율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상대 후보가 예상 밖으로 선전한 것도 중산층 이상 유권자들이 대부분 호세프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호세프는 선거 과정에서 저성장 문제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자 “재선에 성공하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을 재무장관에 기용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호세프의 재선으로 좌파 성향 정책이 연속성을 갖게 됐다”며 기존 정책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호세프도 당선 확정 뒤 상파울루에서 가진 연설에서 브라질 좌파의 지존 격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향해 “여전히 내 마음의 최고의 전사는 룰라이며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노동자당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6년간 집권하게 됐다.
◇부패, 치안불안 해소 등 다른 과제도 태산=선거 과정에서 호세프가 어려움을 겪은 또 다른 요인은 부패 문제였다. 브라질의 많은 국민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조직적인 부패가 현 정권과 관련돼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지난 12년간의 좌파 정권 집권기에 관료 사회의 부패가 더 만연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관료 사회의 부패와 정부의 지나친 친노동자 정책으로 인해 기업하기 힘든 상태를 일컫는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가 브라질 경제성장을 막는 걸림돌 중 하나다.
사회통합이나 부패청산 과제 못지않게 브라질의 골칫덩이가 되고 있는 것이 치안문제다. 불안한 치안 때문에 지난여름 브라질월드컵 기간 해외 관광객들이 대거 발길을 돌렸다. 당장 브라질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공공치안 확립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브라질 대선] ‘저성장의 덫’ 탈출하고… 左·右로 나뉜 사회 꿰매고…
입력 2014-10-28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