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어머니, 내 무덤에 와 울지 마세요” 이란 女 사형수 유언 남기고 끝내…

입력 2014-10-28 02:34
“나를 위해 검은 옷을 입지 마세요. 내 괴로운 날들은 잊고 바람이 나를 데려가게 해주세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25일(현지시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란 여성 레이하네 자바리(26)가 어머니에게 육성으로 남긴 유언이다. 이란 반정부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는 자바리가 사형을 당한 이날 오전 그가 지난 4월 1일 녹음해둔 유언 전문을 영어로 번역해 공개했다.

자바리는 유언에서도 억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당시 자신이 남자를 찌르지 않았다면 자신은 성폭행을 당하고 나서 시체로 길거리에 내버려졌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만큼의 부와 권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살인자는 절대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바리는 “흙에서 썩고 싶지 않다. 내 눈과 젊은 심장이 먼지 속으로 사라지는 걸 원치 않는다”며 자신의 장기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들이 내 이름을 알거나 나를 위해 꽃을 사거나 기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진심으로 어머니가 내 무덤에 와서 울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를 위해 검은 옷을 입지 말고, 내 괴로운 날들을 온 힘을 다해 잊고, 바람이 나를 데려가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바리는 사형 집행 전날인 24일 1시간 동안 어머니와 만나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는 19살이던 2007년 자신을 빈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하려던 전직 이란 정보기관 남성 요원을 살해한 혐의로 2009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방어를 위해 칼로 남성의 등을 한 차례 찌른 것은 인정했지만, 그를 살해한 것은 다른 남성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제 인권단체들의 구명 운동으로 두 차례 형 집행이 연기됐지만 결국 사형이 집행됐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