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부동산업자 권모(39)씨와 이모(38)씨는 서울 강남구에 다단계 기획부동산 사무실을 차렸다. 10여년간 텔레마케팅 방식의 기획부동산을 운영하다 여의치 않자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업계에서 ‘다단계 전문가’로 소문난 이모(52) 김모(43·여) 윤모(53)씨를 고문·본부장·영업전무로 영입했다.
이들은 서울 부산 인천 안산 등 전국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노인·주부·실업자 등 서민들을 모아놓고 “강원도 강릉에 산을 갖고 있다. 포스코 공장이 있는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면 땅값이 10배 이상 오를 것”이라며 “80만원을 투자하면 수당으로 95만원을 돌려준다”고 투자를 종용했다.
이들의 설명은 이렇다. 13㎡를 80만원에 사면 ‘사원’ 직급을 받는다. 이후 사원 7명을 소개해 땅을 사게 하면 수당 7만원과 ‘대리’ 직급을 받는다. 자신이 모집한 사람들이 한 단계 승진할 때마다 수당이 지급되며, 8명이 승진하면 자신도 ‘과장’ ‘부장’ 등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 이렇게 4차례 연속 승진하면 ‘졸업’을 하는데 이때까지 받은 수당을 모으면 95만원이란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사기’ 수법에 불과했다. 이들이 말하는 ‘졸업’을 하려면 신규 투자자 4095명을 모집해야 한다. 결국 투자자들은 승진을 위해 자기 돈으로 땅을 사들여야 했다. 지난 7월까지 8개월간 피해자는 614명, 피해액은 68억원이나 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주범 권씨와 이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조성은 기자
신종 다단계 부동산 사기 서민 614명 68억원 피해
입력 2014-10-28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