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신뢰 쌓는 계기 돼야

입력 2014-10-28 02:22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이 예정된 29일 국회에서 주요 정치인들과 연쇄 회동을 가질 계획이다. 국회에 일찌감치 도착해 국회의장단 및 여야 대표와 티타임을 가진 뒤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고, 연설 후에는 여야 지도부와 회동해 정국 현안을 논의한다. 국회의 비생산적 운영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온 박 대통령이 국회를 직접 방문해 정치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소통 강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특히 이번 회동은 대통령과 여당, 야당 모두에게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에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는 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유병언법 등 이른바 ‘세월호 3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은 청와대와 여당, 야당 간에 이견이 적지 않다. 여야가 이달 안에 입법을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상호 양보 없이는 타결이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서 인식을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박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협조를 요청할 경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새정치연합도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과 관련해 이해를 구하면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여유를 보여줄 때다.

새해 예산안과 경제 살리기 법안은 차질없이 통과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여야에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력을 당부하고, 새정치연합은 행여라도 이 문제를 다른 정치 현안과 연계할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야당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경제 활성화는 한시가 급한 국가 생존의 문제다. 대통령과 야당이 터놓고 공감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상하이 발언으로 관심을 끌게 된 개헌 문제도 숨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필요가 있다. 생각이 크게 다른 상황에서 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더라도 중요 국가 어젠다에 대해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1개월여 만에 성사되는 것이다. 당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대통령 입장에서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여야 지도부를 자주 만날수록 좋다. 그래야 신뢰가 쌓인다. 정례화가 이뤄지면 더욱 좋을 것이다. 신뢰의 틀 안에서 벌어지는 정책경쟁이야말로 선진 정치의 참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