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박물관 소장품인 ‘대한제국동가도(大韓帝國動駕圖·사진)’는 고종 황제가 수레를 타고 행차하는 모습을 그린 궁중기록화다. 그림의 특징은 조선시대 각종 왕실행사 장면을 그린 의궤(儀軌)에서 왕이나 왕비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데 비해 황제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예부터 서양에서는 왕이나 황제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좋아했으나 동양에서는 그 반대였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얼굴을 드러내는 일 자체가 금기였다. 하지만 근대 이후 동아시아 군주 또한 전면에 등장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그림은 삼군부가 설치된 1868년 3월 23일부터 7월 2일 사이에 군대 열무 장면을 기록한 것으로, 서양화법으로 장중하고 화려함을 연출했다. ‘석지사(石芝寫)’라는 글씨가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 말기 화가 석지 채용신(1850∼1941)의 원본을 모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화여대박물관은 다음달 5일부터 내년 4월 11일까지 가을맞이 기획전 ‘근대회화-대한제국에서 1950년대까지’를 연다. ‘대한제국동가도’를 비롯해 박물관 소장품 100여점을 중심으로 한국미술의 변화 궤적을 5개 주제별로 정리하는 전시다.
1895년 10월 8일 일본 낭인에게 시해되고 1897년 11월 22일에 치른 명성황후 장례식을 정리한 ‘명성황후발인반차도(明成皇后發靷班次圖)’는 이번에 전면 공개된다. 그림의 수정사항을 종이에 써서 해당 부분에 붙여 놓은 게 재미있다.
어용화사가 그린 초상화는 대한제국의 위엄을 드러내고, 당시 발행된 우표와 교과서 등은 새로운 문물과 기술의 도입 양상을 보여준다.
김활란을 비롯한 이화여대 관련 인사들이 주축이 돼 발족한 ‘금란묵회’ 회원들의 작품도 공개된다. 구한말 화가 이종우가 1926년 프랑스 파리에 머물 때 한국인 유학생을 모델로 그린 ‘독서하는 친구’ 등 작품도 선보인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대한제국 황제 얼굴을 보이다… 이대박물관, ‘근대회화’ 전시서 고종 황제 행차 기록화 공개
입력 2014-10-28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