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침몰선 인양

입력 2014-10-28 02:10

세월호(6825t) 규모와 비슷한 일본 여객선 아리아케호(7910t)는 2009년 일본 미에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복원력을 잃고 옆으로 점점 기울어지더니 90도로 쓰러졌다. 탑승자 29명 전원이 구조됐지만 인양은 쉽지 않았다. 수심이 얕은 관계로 4등분으로 잘라 인양하려 했지만 선체 앞부분이 5m의 강한 파도로 절단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다시 50∼100t 덩어리로 쪼개졌고 결국 침몰한 지 1년1개월 만인 2010년 12월에야 인양 작업이 완료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양 작업이 펼쳐진 배는 이탈리아 호화 유람선 콩코르디아호다. 2012년 암초에 걸려 좌초되면서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배 무게만도 11만4500t으로 타이태닉호의 2.5배다. 오른쪽으로 45도 기운 채 바다에 절반가량 잠겨 있던 콩코르디아호는 컨테이너박스형 구조물과 콘크리트로 만든 버팀대를 설치해 똑바로 세워진 뒤 지난 7월 말 제노바에 입항했다. 인양에 성공하기까지는 20개월이나 걸렸다.

선체를 바로 세울 때 실종자 2명의 시신이 해저와 선체 밑 부분 사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1912년 대서양에 침몰한 타이태닉호는 무려 수심 3900m까지 내려가 현대 과학기술(수심 200m)로는 인양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국내 사례를 보면 1993년 수심 15m에 좌초된 서해 훼리호(110t)는 인양하는데 17일이 걸렸고, 2002년 서해교전으로 침몰한 참수리호(156t)는 13일이 소요됐다. 2010년 피격된 천안함(1220t)은 수심 45m에서 420t 무게의 함미를 인양하는데 20일, 780t의 함수를 인양하기까지는 9일이 더 걸렸다. 이 과정에서 실종자 46명 중 30여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수습됐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참사 6개월 만에 수색의 최종 수단으로 선체 인양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가족들은 수중 수색을 계속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인양에 대한 논의도 지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여한 없이 수색해보고 싶다는 얘기일 것이다. 인양이든 수색이든 남은 실종자 10명이 하루빨리 가족 품에 안겼으면 좋겠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