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수장고서 찾은 일제 통치전략

입력 2014-10-28 02:29
국립중앙박물관 ‘동양을 수집하다’ 특별전에서 28일 공개될 옛 조선총독부 건물 중앙홀 북쪽 벽면에 걸려있던 벽화. 일본 화가 와다 산조의 작품으로 금강산을 배경으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그렸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일제시대 조선총독부박물관과 이왕가박물관, 이왕가미술관이 수집한 문화재도 소장하고 있다. 중국, 인도, 중앙아시아,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문화재가 1600여건 된다. 이 시대 아시아 문화재 수집품에는 문화적 가치라는 박물관 일반의 수집 기준 외에 식민통치 정당화라는 정치적 기준도 있었다.

1915년 12월 개관한 조선총독부미술관은 중국 한(漢)대의 문화재를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이는 평안남도에서 출토된 ‘낙랑’ 유물과 비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 일본은 한이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낙랑을 설치함으로써 우수한 중국문화가 들어와 한반도의 문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하기 위해, 즉 ‘타율적인 조선사’를 강조하기 위해 한대 문화재를 이용했다.

일본은 또 1930년대 덕수궁 석조전에서 일본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전시회를 자주 열었다. 석조전 옆에 1938년 신축된 이왕가미술관은 이왕가박물관 소장품을 전시하고 석조전을 통합했다. 이로써 이왕가미술관은 ‘옛 조선의 미술’과 ‘당대 일본 미술’을 함께 전시하는 공간이 되었고, 관객들에게 일본이 일종의 역사적 흐름으로 인식되게끔 유도했다.

28일부터 시작되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동양을 수집하다’는 일제강점기에 수집돼 박물관에 들어온 아시아 문화재 200여점을 전시한다. 전시 핵심은 문화재 자체보다 문화재가 수집된 맥락에 있다. 일본이 식민통치에서 박물관과 문화재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구 조선총독부 건물 중앙홀 북쪽 벽면에 걸려있던 벽화도 공개된다. 일본 근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와다 산조의 작품이다. 한·일에서 공통적으로 전해오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북벽에는 금강산을 배경으로 한 한국의 이야기를, 남벽에는 미호(三保)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이야기를 그렸다. 벽화 역시 고대 양국의 친연성(親緣性)을 강조하고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